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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Party Apr 14. 2020

“코로나19와 한그루의 사과나무”

문화산책 : 광남일보 2020_ 04_ 12_ 오피니언

#코로나19 #스피노자 #사과나무 #문화도시 #미술문화 #아트파티 #윤익


“코로나19와 한그루의 사과나무”


윤 익 / 미술문화기획자


지구촌 전역이 코로나19로 혼란과 어려움에 빠져있다. 국내 상황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정부와 지자체, 수많은 관련전문가들의 우수한 대처능력과 시민들의 선진의식으로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모든 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그토록 평범하던 일상들이 그립다고 표현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자율학습에 힘쓰고 있으며, 에너지가 넘치는 그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가정에서 매일 자녀들을 챙겨야 하는 부모들이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무심하게도 계절은 어느덧 한식과 청명이 지나 산과 들에는 온갖 꽃들이 새롭게 얼굴을 보이며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시민 모두가 조금만 참고 노력하면 오늘의 고난이 빠르게 해결되어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어록의 철학자가 있다.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그가 기억되는 이유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여야 한다는 그의 명언 때문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1632년에 태어난 스피노자는 아쉽게도 마흔넷의 나이에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있다. 인류는 오늘까지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현재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일의 새롭게 떠오르는 하루를 기약하며 준비하는 노력이 난관을 극복하며 발전된 미래를 약속 한 것이다. 이는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미래를 위한 일상적 노력을 지속하는 숨겨진 영웅들의 지혜로움을 의미한다.



올해는 예외의 상황이지만 우리는 매년 식목일 즈음이면 나무를 심어왔다. 사실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매우 다양하다. 과실수는 달고 맛있는 과일을 안겨주며, 관상수는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기쁘게 한다. 한편으로 모든 나무들은 기본적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일상에 지치고 고단한 삶에 휴식을 제공하며 인류에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한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나무를 심는 마음에는 모두가 인식하는 공통된 생각은 존재한다. 그것은 오늘 심은 나무가 짧은 시간에 그 대가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무의 품종과 나무가 자라는 환경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겠지만 통상 수년은 지나야 하며 십여 년이 되어서야 우리가 기대하는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단숨에 이루어지는 성공은 많지 않으며, 성공은 노력의 시간과 비례하며 그 성과 역시 증가한다.


일상에서 사랑하는 자녀들과 나무를 심으면 우리는 다양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처럼 나무 역시 아름답게 자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열매를 수확하는 즐거움처럼 다양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먼 훗날 나무는 일종의 기억 매개체가 되어 과거에 부모와 함께 나무를 심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들의 사랑을 회상하게 할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가 이처럼 많은 기쁨을 주는 대상으로 성장한다면, 나무 심는 일은 너무도 값지고 경이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과거의 성인들은 이러한 나무를 심는 일을 비유삼아 우리의 인생을 다양한 측면으로 비교하기도 하였다. 먼저 나무를 심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끼고 관심을 가지며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부분이다. 마치 우리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안겨주며 그 아이가 훌륭한 인격체가 되도록 여러 형태의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 인격체가 성숙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주는 배려를 상상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의 존재적 본성은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준다. 나무는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베풀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겨우내 추위를 견디며 찬란한 꽃을 피워내고 우리에게 과실을 안겨주듯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이는 우리의 삶이 그리고 우리의 자녀가 이러한 나무와 같은 존재적 삶을 살아간다면 그보다 값진 일은 없을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마음처럼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행복한 일상이 회복되어 거리에 사람이 넘쳐나고 조화로운 사회구조가 작동하도록 무한한 인내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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