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미술관 정순아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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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 : “淸談(청담)”
○ 작 가 : 정순아
○ 장 소 : 양림미술관_ 광주광역시 남구 제중로 70(양림동 108-1)
○ 전시일정 : 2021. 8월 11일(수) ~ 8월 22일(일)
○ 전시오픈 : 2021. 8월 11일(수요일)_ Free Open
○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예향광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양림동에서 정순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양림미술관의 초대전으로 작가의 “가을 들판” 시리즈 신작과 몇 해 전부터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받는 “옥상가옥” 시리즈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 회색빛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풍부한 감성을 전하는 그녀의 작품들은 판화기법의 고유한 조형언어를 통하여 “풍경”이라는 오랜 주제를 자신만의 새로운 기법으로 해석합니다. 작가 스스로 경험한 삶의 시간과 공간들을 타인에게 편하게 들려주는 순수한 마음의 대화로 표현한 그녀의 작품들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공감하게 합니다.
○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채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을 진실하게 표현하는 정순아 작가의 “淸談(청담)” 展은 8월 11일 수요일부터 8월 22일 일요일까지 진행됩니다.
전시서문
윤 익 / 아트광주21 총감독, 조형예술학 박사
풍경화(landscape)는 동양과 서양을 포함한 그 어느 곳에서도 미술인들이 즐겨 그리는 주제이다. 미술사적으로 보아도 기원전 1500년 그리스에서 그 유래가 시작된 유구한 역사의 산물로 그 가치를 부여 받는다. 미술인이거나 작가라는 언어적 표현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산과 들을 표현하였고,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묘사하며 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였다. 이러한 목적의 풍경화는 하나의 그림이라는 오브제적 속성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보다 큰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렇듯 삶의 안식처이며 극복해야 하는 공존과 애증의 대상으로 자연속의 풍경은 멀고도 가깝게 존재하며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안겨준다.
시대와 문명에 따라 인간의 시야(視野)에 들어오는 삶의 풍경은 매우 다양하다. 태초의 완만하게 숲과 나무와 강물이 흐르던 자연의 풍경은 어느덧 회색빛 콘크리트와 날카로운 금속, 차가운 유리로 무장한 사각의 크고 작은 구조물로 우리의 삶을 뒤덮고 있다.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공기의 흐름마져 구조적 장애물로 가두어내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都市)”라는 이름의 문화적 소산물은 때로 인간의 삶을 자유로운 영혼에서 멀어지게 한다. 사랑하고 낭만하며 나눔과 배려의 감성과 가치를 실행하는 우리의 가족과 이웃은 어느덧 나약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도시의 그늘에서 그 모습이 동화되어 살아간다. 도시의 삶은 얻으려는 목적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우리로 하여금 언제나 소중한 것을 떠나보내는 우를 범하여, 빈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에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광주의 높은 동네 양림동에서 정순아 작가의 판화로 표현된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청담(淸談)”전이 열리고 있다. 그녀가 제안하는 풍경들은 도시의 형상에서 따스한 가을 들녘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작가의 작품이 표현하는 도시의 옥상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맞닿아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들이 메마른 느낌의 건조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저급한 속세의 가치에도 온몸으로 자신의 거처를 이고지고 느린 몸짓을 이어가는 달팽이처럼 우리의 도시는 무겁지만 삶의 흔적들이 넘쳐난다. 자신만의 안식처를 소유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한숨도 그녀의 작품에 보이는 소소한 주택들과 오버랩 되어 여름 한날의 무지개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상징한다. 여성으로 지켜야하는 일상의 삶을 이유로 기나긴 화업(畵業)의 공백을 피할 수 없었던 정순아 작가의 예술과 삶의 표현은 이러한 도시의 옥상에서 바라보던 풍경(風景)에서 새로운 작품이 시도 되었고 다양한 내용을 공감하게 한다.
판화가 주는 매체적 특성과 노동력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매우 조형적인 그녀의 작업은 입체적 구조물처럼 보이는 주택 혹은 건축물들을 탁월한 조립체로 묘사하여 도시의 이미지를 극대화 한다. 감정이 정제되고 소멸한 듯 도시의 표정과 그 내부에서 부딪기며 살아가는 무표정한 우리는 도시의 수많은 닮은꼴의 집들과 흡사하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푸르고 파랗고 밝았던 신선한 꿈들은 모두가 의기소침하여 그 모습이 요원하지만 작가의 옥상풍경에는 치열한 삶의 애정이 묻어난다. 도시에서 살기위해 사는건지 살기위해 도시에 있는건지 옥상에서 자신의 삶과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보면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이 가능하다. 작가는 수년전 삶의 문턱을 오르내리는 병상(病床)을 경험했다. 이는 무작정 열심히 달려가던 인생의 여행길에서 그 자신의 목적지를 절실하게 반문하게 하였다. 삶의 주체가 되어 작가로서 자신의 목적지를 재설정하는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번민하였다. 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질문이다. 어찌 보면 우리의 인생은 어딘가를 향해가는 멀고 힘든 여행길과 같다. 어느 순간 길을 걷다보면 자신이 의도치 않은 낯선 곳에 도착하거나 자신이 목적한 장소에 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수월하게 인생의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를 범하고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여, 목표와 과정을 점검하고 확인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이러한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다행스럽게 함께하는 동료를 만나고 스쳐가는 타인을 마주하며 외로움을 견뎌낸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로서 언제나 자신을 이해하며 안아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정순아 작가는 “자신의 삶과 함께하는 마음의 대화”를 자신이 매일 써내려가며 일기처럼 작업하는 판화기법의 풍경화에서 찾는다고 한다.
풍경은 인간이 딛고 살아가는 땅의 형상을 보여준다. 이는 언제나 정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복된 존재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위대한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감정을 안겨준다. 도심에서 마주하는 건물과 아스팔트를 벗어나면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다가오는 자연의 풍경을 대할 수 있다. 노랗게 결실을 향해 물들어가는 가을벌판은 우리의 존재론적 질문에 답을 한다. 우리는 무엇을 목적하며 살아야 하는가? 작가는 눈에 보이는 세상이 언제부터인가 따뜻하며 풍요로운 모든 것을 나눠주는 생명의 근원으로 공감되었다고 독백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는 아름다운 가을의 황금빛 벌판을 판위에 세겨내며 세속을 잊는 자신과의 맑은 대화를 경험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정체성과 더불어 본질적인 고유한 목적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정순아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신념에서 작가적 정체성과 그녀만의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