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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Party Feb 22. 2019

문화적 완충공간을 확보하자

문화칼럼 : 광남일보 2019-02-22

#문화 #문화공간 #도시재생 #미술문화 #예향광주 #양림동 #미술관 #박물관 #문화정체성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아트파티 #윤익


사진이미지 1. 아트폴리곤 2. 아트폴리곤전시뷰  3. 양림148 4. 아시아문화전당 5. 2018광주비엔날레전시뷰


문화적 완충공간을 확보하자


윤 익 / 미술문화기획자


우리는 일상에서 문화(文化)라는 단어를 친근하고 다양하게 접하고 있다. ‘문화도시’, ‘문화시민’, ‘대중문화’, ‘청소년문화’ 혹은 ‘미술문화’ 하다못해 ‘군사문화’라는 표현도 존재한다. 이처럼 쉬우며 편하게 쓰는 단어이지만 문화를 설명하자면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난해하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담론의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는 다담론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문화(culture)라는 말은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colo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그들의 생활을 위하여 무언가를 가꾸고, 생산하고, 새롭게 변화 시켜낸 모든 것을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는 자연과는 대립적인 느낌의 단어이며 정치,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의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인간이 살아가며 구성하는 모든 집단, 국가, 지역, 공동체 등은 고유한 자신들만의 문화를 가지며 영위한다. 문화는 매우 포괄적이어서 자신의 문화권을 떠나 다른 문화권에 적응하며 살아가더라도 몹시 그립고 돌아가고픈 본능을 안겨준다. 이는 고국을 떠나 타국생활을 하거나 잠시 타 지역에 거주했던 모두가 느끼는 공통적 경험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했던 공간과 지역, 기온, 음식 등을 일생동안 잊지 못한다. 개인에 있어 그 자신의 체득한 고유한 문화는 그에게 어머니 품속 같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광주시민들이 무등산을 바라보며, 맛깔 나는 광주음식을 먹으며, 일상에서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들으며 벗들과 혹은 가족과 동네를 거닐며 광주에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거주하는 문화권에서 안락함을 영위한다. 



문화는 흐르는 강처럼 살아서 어디론가 흘러가는 생명체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광주공동체도 과거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광주에서 살아가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여 사뭇 과거의 광주와는 거리감이 있다. 수많은 아파트와 가끔은 교통체증도 있어 대도시의 병폐를 안고 있지만 광주의 소소한 행복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양림동이다. 이곳에서는 오늘날 사라져가는 우리만의 잔잔한 골목문화와 과거의 정취가 우리를 반겨준다. 길 건너면 꽃집이 있고 과일가계, 빵집이 있으며 모퉁이를 돌면 카페와 식당 그리고 문화공간이 공존한다. 작은 동네이지만 미술관, 대안공간과 갤러리, 수많은 작가작업실이 위치한다. 이강하미술관, 한희원미술관, 양림미술관, 515갤러리, 아트폴리곤, 박구환갤러리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대규모의 소장품과 드넓은 전시공간, 교육공간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이곳만의 잔잔한 매력이 넘치는 문화적 공간과 작품으로 예술적 경험을 전달한다. 




몇 해 전부터 양림동에는 수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자리한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양림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하고 거대한 랜드마크나 경이로운 자연풍광 혹은 트랜디하며 세련된 문화공간이 아니다. 낮은 골목길과 작고 투박한 건물들에서 편안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사람 사는 냄새가 그윽한 일상적 공간의 방문이다. 소박한 숙소를 나와 간단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양림동의 문화공간, 역사공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양림동 방문은 회색빛 대도시에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한다. 슬로시티와 느림의 미학으로 설명되는 자아발견을 경험하고 멈춰진 시계와 같은 아날로그적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이다. 이러한 양림동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우리에게 하나의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규모의 혁신과 발전도 중요하지만 전통과 계승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문화적 완충공간의 확보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 등 대규모 문화공간의 방문이 광주만의 문화적 정체성이 살아있는 공간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광주, 우리가 과거에서부터 즐기는 광주를 지키고 사랑할 때 더욱 진실한 문화적 매력을 선물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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