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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ameyuki Apr 12. 2019

단짠단짠 꽃놀이 동무, 사쿠라모찌

혀끝에 벚꽃이 내려앉다.

2월이 되면 일본 기상청과 민간 기상관측기관들은 일제히 그 해의 벚꽃 시즌 예보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벚꽃 명소로 가장 유명한 두 도시, 도쿄와 교토가 중심이 되는데

평균적으로 도쿄가 3월 말~4월 초, 교토는 그보다 일주일 정도 늦는 것이 보통이다. 

(도쿄보다 더 남쪽인 교토가 왜 꽃이 더 늦게 필까 의아하겠지만, 

바닷가에 자리해 겨울에도 비교적 온난다습한 도쿄에 비해, 

내륙 분지인 교토는 겨울이 길고 춥다. 도쿄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눈도 종종 내린다.)


그 해의 겨울이 유난히 따뜻했다거나, 혹은 3월에 꽃샘추위가 찾아온다거나 하여 

한두 주일은 이르거나 늦어질 수 있으므로

관측 기관들은 도쿄의 메구로가와(目黒川) 천변, 신주쿠교엔(新宿御苑), 교토의 헤이안진구(平安神宮) 같은 

벚꽃 명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벚나무의 싹눈이나 꽃봉오리의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며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애쓴다. 


일본인의 벚꽃사랑과 하나미(花見) 풍습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있으니, 

오늘은 꽃구경을 하며 먹는 과자, 사쿠라모찌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간사이 지방의 도묘지 사쿠라모찌(왼쪽)와 간토 지방의 쵸메이지 사쿠라모찌(오른쪽)

사쿠라모찌에는 두 종류가 있다. 

동쪽의 쵸메이지(長命寺)풍과 서쪽의 도묘지(道明寺)풍.

둘다 절 이름이 붙어있는데, 하나하나 알아보자. 



1. 스미다가와의 명물, 쵸메이지 사쿠라모찌


( 미야베 미유키 作 소설  <얼간이 ぼんくら>  중 ⓒ북스피어 / 사진 편집: 한형기 )  


현재와 같은 벚꽃놀이(花見、하나미) 풍습이 생긴 것은 토쿠가와 막부 8대 쇼군 요시무네 치세 때라고 알려져있다. 

요시무네는 스미다가와 강둑, 아스카 산, 고텐 산 등 에도 근교 곳곳에 벚나무를 심게 하고 

꽃을 보러 나선 나들이객을 위한 음식점들을 짓게 하는 등, 서민들의 향락으로서의 꽃놀이를 장려하였다고 한다. 

요시무네는 이른바 교호 개혁이라 불리는, 한국의 대동법이나 탕평책처럼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정책 패키지를 도입한 쇼군인데, 

스미다가와 강둑의 벚나무 식수는 의외로 치수 대책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강가의 지면을 밟아 다지는 효과를 노렸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요시무네 이전의 하나미는 마루에 앉아 안뜰의 한그루 벚나무를 감상하는 것이었으나, 

요시무네가 스미다가와 강둑에 100그루의 벚나무를 한꺼번에 옮겨심게 하면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이후 하나미는 <동도세시기 東都歳時記>에 실릴 정도로 에도 최고의 여흥 문화로 확실히 자리잡게 된다. 


스미다가와 강둑의 벚나무와 사쿠라모찌 행상을 하는 여인들을 묘사한 히로시게(歌川広重)의 그림들


바로 이 스미다강둑에 있는 천태종 사찰이 쵸메이지(長命寺)이다. 

3대 쇼군 이에미츠가 이 절의 약수를 마시고 병이 나아 쵸메이지라는 이름을 하사한 꽤 유명한 절이다.

1717년, 바로 요시무네가 스미다가와 강둑에 벚나무 식수를 명한 바로 그 해, 

이 절의 문지기였던 야마모토 신로쿠라는 이가 절 앞의 벚나무 낙엽을 쓸다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팥소를 마치 크레페처럼 감싼 밀가루떡에 소금에 절인 벚나무 잎을 두른 이 과자가 대히트를 쳐

야마모토는 아예 절 앞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야마모토야라는 가게를 내게 된다. 

1825년의 기록에 따르면, 그때까지 야마모토야에서 팔린 사쿠라모찌가 38만여개라고 하니, 

당시의 인구를 감안해도 굉장한 숫자인 셈이다. 

이후 에도의 수많은 과자점이 사쿠라모찌라 이름 붙인 과자를 내놓지만, 

야마모토야는 메이지유신과 두번의 전쟁도 끄떡없이 살아남아, 지금은 무려 11대째를 이어가고 있고, 

해마다 벚꽃 철이면 오리지널 쵸메이지 사쿠라모찌를 사려는 손님들이 길게 늘어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 벚꽃잎을 닮은 쫀득한 찹쌀떡, 도묘지 사쿠라모찌


간사이 지방에서 주로 먹는 도묘지 사쿠라모찌는 쵸메이지 사쿠라모찌와는 달리 찹쌀로 만든다. 

오오사카부 후지이데라시에 있는 진언종 사찰 도묘지(道明寺)에서 보존식량으로 물에 불린 찹쌀을 가마솥 뚜껑에 쪄내서 햇볕에 말려 보관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이 찹쌀가루를 도묘지코(道明寺粉)라 부른다. 

처음에는 갈분 등으로 만들던 것을 언제부터인가 도묘지코를 쓰게 되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도묘지 사쿠라모찌라는 이름이 붙었다. 

밀가루를 쓰는 동쪽의 사쿠라모찌와는 재료도 다르지만 모양도 다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찹쌀떡 모양으로 둥글둥글하게 빚는데, 팥소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동쪽의 "벚꽃떡"이 서쪽 지방으로 전해진 것은 텐포 시대(1830~40년대)에 이르러서로, 

일본에서도 사쿠라모찌는 쵸메이지가 원조라는 설이 대세이지만, 

역사와 전통 하면 절대 지지 않는 콧대높은 교토 사람들이 이를 두고 볼 리가 없다. 

1717년 쵸메이지 사쿠라모찌가 등장했을 때 이미 교토의 과자 장인들이 에도에 진출해 있었다, 

그보다 훨씬 앞선 1600년대에 이미 교토에 사쿠라모찌가 존재했다는 기록을 들이대며

"사쿠라모찌의 발상지는 교토"라 주장하고 있다. 


<겐지 이야기> 중 <봄나물 >첩에 등장하는 벚꽃놀이 정경을 묘사한 17세기 에도시대 화가 토사 미츠오키(土佐光起)의 병풍


사실 도쿠가와 막부가 세운 신도시인 에도에서는 교호 개혁 이후에나 벚꽃 구경을 할 수 있었지만

천년고도 교토에서는 이미 저 옛날 헤이안 시대부터 꽃놀이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문학으로 꼽히는 <겐지 이야기 源氏物語>에도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연회를 열고 춤 공연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간사이 지방의 세시풍속을 잔잔하게 그려낸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 <세설 細雪>에서도 주인공 자매들이 해마다 4월 초에는 반드시 교토로 꽃놀이를 간다는 대목이 몇번이나 나온다. 아라시야마, 헤이안신궁 등 유명한 벚꽃놀이 명소를 거닐며 꽃구경을 하는 정경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ウェザーニュース


사실 간토, 간사이로 나누는 것도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일본의 웨더뉴스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발상지인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간토와 예로부터 산해진미가 풍부하기로 유명했던 가나자와 등 호쿠리쿠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일본 전국적으로는 간사이풍 사쿠라모찌가 압승인 듯 하다. 

실제로 2015년에 같은 조사를 했을 때는 "나는 간토풍" 이라고 대답했던 지역 대부분에서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집 근처에서 파는 종류를 먹는다"고 대답했고, 

오리지널 쵸메이지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는 지역은 아키타 현이 유일했다고. 

아무래도 간사이풍이 흔히 접하는 다른 화과자와 만드는 방식이 유사하다 보니 공정이 간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떡을 감싼 벚나무잎을 먹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원조>격인 야마모토야의 11대 사장 야마모토 유코 씨는

바나나 껍질을 벗기듯 벚나무잎을 조금씩 벗겨가며 안쪽의 떡만을 먹으라고 권장하지만, 

팥의 단맛과 소금에 절인 벚나무잎의 짠맛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벚나무잎에서 우러나는 은은한 벚꽃 향이 사쿠라모찌의 진짜 묘미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또 반드시 구입한 뒤 바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해마다 3월이면 일본 전국의 과자점들은 일제히 사쿠라모찌 판매를 개시한다. 

집집마다 모양도, 맛도, 조금씩 다른 과자가 진열창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면

아 올해 꽃놀이는 어디로 갈까 두근두근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 

열도의 벚꽃은, 과자가게에 제일 먼저 핀다. 




<참고자료 & 사진 출처 - 알파벳순>

http://www.asahi-net.or.jp/~UK5T-SHR/sinise-0306*.html 

https://www.daimaru.co.jp/tokyo/sakuramochi/ 

http://news.livedoor.com/article/detail/14478380

https://www.ndl.go.jp/landmarks/details/detail323.html 

https://www.ndl.go.jp/landmarks/details/detail330.html 

https://precious.jp/articles/-/4546 

https://rocketnews24.com/2016/02/26/714887/ 

http://sakura300.sub.jp/history/ 

http://www.sakura-mochi.com/

http://suumo.jp/journal/2014/04/03/60494/

https://tenki.jp/suppl/romisan/2018/03/09/279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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