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와 눈 뜬 아침 너희에게 띄울 시를 한참 고르다 아무래도 오늘은 다른 이가 쓴 시가 아닌 내가 쓴 나의 글로 마음을 전해야겠다 싶었지.
이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땅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이제는 든든하게 딛고 설 수 있겠다고. 흔들리지 않고 나의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세상 든든한 벽이, '빽'이 생긴 기분이라고.
가장 순수했던 나를 다시 만나고 나를 되찾은 시간이었다고. 덕분에 오롯이 나답게 솔직하고 선명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결혼과 육아와 생계에 떠밀려 우리들 사이에 생략된 10여 년의 시간이 무색하리만치, 마치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열일곱 소녀들의 모습 그대로 우리 이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가 있을까?다들 무탈하게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있어줘서 잘 살아줘서 어찌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덕분에 내게는 정말 소중한 걸 되찾은 치유와 회복의 여행이었어. 그런 시간 선물해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친구들.
우리 봄에 또 만나자.
서로를 내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존중하고 배려하며, 자존심 세우지 않으며 생색내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게 서로의 빈 구석을 채워주는 이 평등한 우정이야말로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재산이다. 내가 가진 게 이게 전부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나는 미처 그러지 못했던 순간에도 그녀들은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정치하지 않고, 갑질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들어주고, 좋은 일에는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기뻐해 주고, 힘든 순간에는 마음을 모아 선뜻 손 내밀어 주는 오랜 벗들이 있어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그녀들 앞에 있으면 나도 좀 더 성숙해지고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적절히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삶을 살아낸다. 그러다 어렵고 손이 필요할 때는 선뜻 먼저 손 내밀어 서로 돕고, 또 가끔 시간을 내어 편안하게 어울리고 하면서 각자의 삶을 무사히 잘 꾸려나가는 모습들.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그저 더불어 살아가는 삶.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관계구나 싶었다.
‘진실된 벗 하나가 이 길의 전부이니라.’ 하셨던 부처님 말씀도 있듯이 돈으로 살 수 없는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진심뿐이다. 소중한 관계인만큼 진솔한 소통과 예의로 성심을 다하며 살아가야지. 이렇게 좋은 벗들이 있으니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