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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시집, 그래서 책방

강이랑 <바람 부는 날 나무 아래에 서면> in 그래서 책방

by 햇살나무 여운


저의 그림책 스승님, 강이랑 작가님의 시집

<바람 부는 날 나무 아래에 서면>을 만났습니다.

봄날의 햇살 같고,

여름날의 소나기 같고,

가을바람 부는 날 함께 걷는

맑디 맑은 산책 같은 시집이지요.



시집을 만난 곳은 서울 방산시장 안에 있는 동네 책방 <그래서> 입니다. 우아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아내분과 다정다감하고도 편안한 분위기의 남편 분께서 함께 운영하는 독립서점 <그래서>는 책방과 워크룸, 쇼룸으로 이뤄져 있고, 책방 위 복층 공간에서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독서모임과 그림책 수업은 물론이고, 여러 다양한 전시와 쓰고 그리고 짓고 만드는 온갖 예술창작활동, 북 바인딩과 업사이클링 클래스 등 복합문화예술공간의 총합이 방산시장 안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안 가볼 수가 없었지요.


이 액자도 참 멋있고, 책을 사면 책 목록을 적을 수 있는 <그래서 당신의 책> 도서 카드 매력적이죠!! "그래서" 자꾸 부르고 싶게 이름을 참 잘 지으셨어요


그림책을 만난 곳도 책방이지요

시인을 만난 곳도 책방이지요

벗을 만나고 스승을 만난 곳도 책방이지요

그래서 책방이지요


종이책을 지켜 주는 곳도 책방이지요

작가를 북돋워 주는 곳도 책방이지요

예술가를 이어주는 곳도 책방이지요

그래서 책방이지요

누가 뭐래도, 책방이지요

그리고 그래서,

책방을 지키는 건 우리이지요.




쇼룸에서 매번 다양한 전시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나 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면 공간의 크기나 환경의 제약은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지요.




시집의 표지는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이신 이미나 작가님의 그림으로, 제가 만나고 느껴온 강이랑 작가님과 무척 닮았습니다.^^



나도 꽃을 키우고 피울 수 있을까


잘할 것 같아
궁금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 강이랑 '길고양이 두 마리의 대화 1 - 꽃 피우는 마음' 중에서








강이랑 작가님의 그림책 수업에서 키티 크라우더의 작품 《아니의 호수》를 처음 만났었죠. 다들 자신만의 아니를 마주하고, 에밀도 만나고, 아니와 에밀이 결혼으로 승화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기뻤어요. 그런데 마침 그래서 책방에서 다름 아닌 <아니의 호수> 인형을 만든다는 거예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시간이었지요. 그래서!! 주말 아침 기차 타고 서울까지 숨차게 또 달려갔습니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열정!


"인형 작가 남정희의 바느질 토크_<아니의 호수> 인형키링 만들기"


다 함께 돌아가면서 한 페이지씩 그림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다시 읽는데도 첫 페이지부터 또 마음이 일렁거렸어요. 서울형 책방 지원사업으로 무료로 들을 수 있었고, 레이스와 귀걸이와 볼터치까지 모든 재료를 완벽히 준비하고 챙겨주셔서 몸만 가면 되니 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몰라요.


나비 선생님께서 너무나 세심하고 차분하게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셔서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어요.

(핑크빛 입술은 두 번 시도하다가 뜯고, 결국 마무리가 안 돼서 선생님이 해주셨어요.^^)

보면 볼수록 어찌나 뿌듯하고 사랑스럽던지!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모두 제각각 다 다른 표정과 분위기의 자신만의 아니가 탄생했어요. 참 신기하지요? 예술과 창작의 영역은 그런 것 같아요. 자신 안에 지닌 무언가가 반짝이는데, 그 빛은 오묘하고 미묘하게 다 다르죠. 우리 자신이 한 사람 한 사람 고유한 존재이듯이요.


쇼룸에서 나비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들이 함께 협업한 인형 전시 <그래서, 나비>전이 열리고 있다고 해서 한 번 또 가려고 합니다. 주말엔 기차 시간에 쫓겨 급히 돌아오느라 못내 아쉬웠거든요. 그림책 수업에서 만난 소보로쌤께서 직접 만드신 예쁜 상자에 챙겨주신 간식을 먹으며 입안도 달콤하고, 마음도 참 흡족했습니다. 우리 일상 곳곳에 이렇게 가까이 여러 예술가분들이 많이 계시다니, 이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갑고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분들과 이어준 그래서 책방에도 감사했지요.


책방은 참 마법 같은 공간이지요. 그 공간 안에서는 무엇이든 짓고 만들어내고 끝없이 창조하고 이어질 수 있어요.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그 빛을 지켜주는 곳! 종이책 수호자이자 예술가들의 수호자! 그래서, 책방이지요. 그래서 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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