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촌철활인

113그램의 용기

정혜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by 햇살나무 여운







우리 인간의 심장은 3백 그램이다. 새의 무게는 113그램이다.
우리는 그 작은 새의 용기에서 배울 것이 많다.

도요새의 가느다랗고 연약한 다리, 부드러운 날갯짓, 그들이 처한 험악한 생존 환경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일이다. 문버드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113그램짜리 작은 새가 어떻게 난기류를 뚫고 그 먼 길을 날았단 말인가?
새의 날개힘살은 날기 시작한 지 사흘이 지나면 끊어질 지경이 된다.
새는 그래도 난다.


- 정혜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




나는 도요새에게서 용기를 배웠고, 인간이 되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들이 살아남기를 바란다.


나는 그런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용기를 냈고 나도 뭔가를 되돌려주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나에게 글쓰기는 되돌려주기의 글쓰기다.

어느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앞날이 두려운 사람이, 상실감에 젖어 있는 사람이, 낙담한 사람이, 어두운 예감에 사로잡힌 사람이 문장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하고 문장을 붉은 실 삼아 가슴의 상처를 꿰매려고 할 때, 문장을 유일한 친구 삼아 스스로 다짐할 때, 이렇게 문장을 삶으로 옮기려고 할 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 이어 붙이기.'
독자는 자신이 이어 붙인 이야기를 닮는다. 독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가 아니라 누구이고 싶은지 알 수 있다.


- 정혜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



나는 새가슴이다. 정말로 새가슴이다. 간은 콩알만 하다.

아, 그래서 별명이 콩새였구나.

늘 소심하고 겁 많고 조마조마하고 두렵고 무섭고 피하고 싶다.

이런 내 심장보다도 새는 더 작고 가볍다니!

이 한 줌의 생명도 온 힘을 다해 날아간다.

1만 4천 킬로미터를 1년에 두 번씩이나, 그것도 20년을 어김없이!

날고 날고, 힘줄이 끊어져도 난다. 새는 그래도 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작고 여린 새들도 이렇게까지 해내는데, 이보다 더 크고 뜨거운 심장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매일 매 순간 용기를 낸다. 두 주먹을 지긋이 움켜쥔다.

새에게서 진정한 용기를 배운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나아간다.

그 증명으로 여기에 이르렀다.


새는 난다, 사람은 산다.

그 무엇보다 사랑은 한다, 해낸다.

그리고, 나는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 모든 두려움보다도 사랑이 더 큰 덕분에.

그 모든 두려움을 이기는, 살아있는 생명이기 때문에.

작지만 여전히 뜨거운 심장으로.

나의 용기는 작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





세상이 아무리 무거워도 누군가는 사랑의 손길을 더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은 영원히 낡지 않는다. 그 사실이 내 마음을 덜 무겁게 한다. 누군가는 세상의 무게를 덜고 있는 것이다.


- 정혜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못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