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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Aug 27. 2022

진주성과 단단한 마음들

교사의 경험은 교육으로 돌아간다...니까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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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지키기 체험 행사 이야기



아니, 선생님이 진주성 지키기 체험을 하려고 일부러 간 건 아닌데, 우연히 진주 여행을 갔더니 이걸 하더라고. 근데 의외로 엄청 재밌었어.


체험에 참여한 이 사람들은 당시 의병이 되어서, "왜-군-들-을-! 몰-아-내-자!"하고 외치면서 싸우러 가는 거야. 여기 이 장군 복장 입으신 분들이 이끌어주시고. 중간중간에 "잘하고 있심더~!"하면서 격려도 하시더라고.



성벽에 도착해서는 뾱뾱이 고무 화살 쏘고 물풍선 던지면서 왜군들과 싸우기 시작했어.


아, 웃겼던 건, 장군님이 왜구한테 "어린이 의병들이 많심니더~! 조금만 기다려주이소~!"하니까 왜구들이 잠자코 기다려주더라. 막 활에 화살 끼려고 애들이 끙끙대고 있으면 막 기다려줘. 완전 착하지? 그리고 막 어떤 사람은 물풍선 안 맞았는데 막 쓰러져서 죽은 척해. 다른 사람들 막 물 맞고 물총 쏘고 죽창 들고 왔다갔다 하는데 혼자서 편하게 쉬는 거지. 그런데 왜군 장수가 "퇴각하라~!"하면 갑자기 살아나. 벌떡 일어나서 다시 뒤로 가더라. 어때, 재밌겠지?


사실 그때 당시엔 이렇게 재밌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을 거야. 전쟁이잖아. 너희 최근에 개봉한 영화 <한산> 봤어? 이순신 장군님 나오는 거. 많이 봤네. 그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도 전투가 있었어. 이 행사에서는 결국 왜구들을 몰아내고 막 춤을 추면서 끝나는데, 마지막에 장군님이 설명을 해주더라고. 실제로는 2차 전투에서 거의 대부분의 의병들과 조선군이 여길 지키다가 돌아가셨대. 하지만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는 거야.



사람들은 진주성 2차 전투를, 패배한 전투라 합니다. 하지만, 6천의 병사로 10만의 왜군에 맞섰습니다. 임진왜란 통틀어 왜군에게 가장 강력한 타격을 입힌 전투였습니다. 진 싸움이 아니라, 승리한 싸움이었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들이 있기에 진주성 2차 전투는 이제 더이상 잊혀진 전투가 아니라, 길이길이 기억될 전투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분들을 잊지 맙시다. 마음 속 깊이 새깁시다. 조선 의병 만세!


체험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장군님이 한 말이야. 전쟁이라는 것은 ‘승리’ 또는 ‘패배’로 단순히 정리될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그리고 어떤 것들은 계속해서 이야기로 전해지고, 계속해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 그러면 여기가 어딘지 아는 사람? 맞춰 봐. 중요한 역사적 장소야. 힌트는 임진왜란. 모르겠어? 아니 진짜 몰라…? 음, 그러면 초성 힌트!


ㄴㄱ



누굴까? 그래, 맞아! 논개. 들어봤어? 조선시대 기생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왜군 장수를 끌어안고 여기서 같이 떨어지셨대. 선생님 상상 속에선 떨어진 곳이 굉장히 높은 절벽일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까 그렇게 높진 않아서 의외였어.



이 분이 논개야. 진주성에 이렇게 사당이 있어서 모셔뒀더라. 손에 보면 반지가 있지? 논개가 왜군 장수와 함께 떨어질 때, 팔이 풀어지지 않도록 열손가락에 반지를 꽉 끼었다고 해. 꽈악. 절대 놓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 떨어지도록. 그 마음의 단단함이 정말 대단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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