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은 이거야. 그치~ 귀엽지? 선생님이 방학 때 청주에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왔는데, 친구가 고양이를 네마리나 기르거든.
맨 왼쪽의 두 마리는 엄마와 아들 관계야. 가장 왼쪽의 덩치가 좀더 작은 고양이가 엄마인데, 정말 새초롬하고 애교가 많아. 바로 옆의 아들 고양이는 돼냥이라서 엄청 크고 둔둔하지. 네 마리 중에서 식탐이 가장 많은데 성격은 가장 덤덤해. 뱃살을 만져도 화를 안 내더라니까.
여기 가운데에 얼굴 폭 들어간 치즈냥이는 완전 인상파지? 놀랍게도 지금 간식을 먹고 기분이 좋은 상태야. 성격은 까칠해서 예전에는 잘 만지지 못했는데, 요즘은 할아버지가 돼서조금 부드러워졌어. 나이가 이제 16살인가 그럴거야.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 하얀 얼룩냥이는 가장 겁이 많고 소심해. 사람이 오면 어딘가에 숨어서 절대 안 나오는 고양이 있지? 딱 그래. 그런데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서 친해지면 먼저 다가와서 인사도 하고, 손길을 피하지도 않고, 머리 쿵 박으면서 애교도 부려. 이렇게점점 더 친해지는 재미가 있는 고양이야.
고양이들도 이렇게 각자 모습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성격이 다 다르다는 게 참 신기하지. 존재한다는 건 참 신기해. 어쩜 이렇게 다 다를까.
친구의 사랑 계산법
선생님이 고양이들 사진을 가져온 건, 물론 그냥 귀여워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바로 이 중간의 인상파 고양이 때문이야.
이 고양이가 지금 아프거든. 몇 달 전에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뇌에 종양이 있다고 했나봐. 의사 선생님이 삼개월 정도 살 것 같다고 그랬대. 선생님이 친구네 집으로 가서 놀았던 것도, 시간마다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고 보살펴야 하니까 친구가 오래 집을 비울 수 없기 때문이었어.
친구가 고양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직접 보니까, 정말 대단하더라. 시간마다 먹여야 하는 약들도 다 달라서, 헷갈리지 않게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여놨더라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강한 책임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어. 돈도 많이 들고.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인형을 사는 게 아니라, 한 생명을 자신의 삶 안으로 들이는 일이더라.
친구에게 물어봤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냐고. 그랬더니 자기는 이것저것 인생에서 다른 일들이 잔뜩 있지만, 이 고양이들은 자기만 보고 살아왔다는 거야. 서로가 주고 받는 사랑을 계산해봤을 때, 자기가고양이들에게 주는 사랑보다 고양이들에게 받는 사랑이 더 크다고 느끼더라. 그러니까 이 정도는 자기가 해줄 수 있대.
친구가 잘 돌보고 있어서 그런지 고양이는 아직 잘 살아있어. 너희들도 잠깐 이 고양이를 위해서 기도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 건강하기를.
이야기를 마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그 정적을 잠시 그대로 두었다. 바로 그 순간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아이들은 중간 중간 탄성을 지르거나 웃거나 코멘트를 달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교사가 자기 삶의 일부를,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수업 시간에 기꺼이 공개한다는 것에 대해서 흥미로움을 느낀 것 같았다. 그냥 딴소리를 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10분 남짓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 교육적 의도가 숨어 있는 '수업'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