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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Aug 05. 2021

수현에게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기괴한 믿음과 왜곡된 빛들이 엇갈려 서로를 할퀴고 있을 때?

아주 아주 얇은 몸이 되어야만 그 시간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거절하며 야위어갔었잖아,

마른 몸이 되어서,

종잇장처럼 얇은 몸이 되어서 그 시간을 통과하려고

그러면서 살찌는 모습을 부러워했었잖아

오동통 생기를 가지며 부푸는 모습을


우리의 연약함을 대변했던 낙엽,

선명하다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던 것들

내가 제일 후회하는 건,

나를 몰랐던 순간


누구의 진심도 쉽게 판단하지 말고

마지막에는 아무래도 웃는 게 좋아

우리는 그렇게 배웠지만

진심을 보는 법은 배우지 못했고

어느 순간도 마지막이 될 수는 없으니깐


우리가 숨 쉬는 동안

여전히 낙엽이 떨어지는 동안

우리가 안녕을 말하고,

어느 날 다시 마주 앉아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하는 동안

어떤 말을 꺼내지 못해 목구멍의 문신으로 새기는 동안


그날 네가 내게 종이를 쥐어주고 떠났을 때에

그 종이가 두장 분량의 편지였다는 걸 알았을 때에


어린 생기가 제 부피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순간마다

두려워하고

아파하면서



그때의 우리에겐 쓸만한 그물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


우리는 진심을 거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문장들을 돌아왔는지 몰라


수현, 사랑해

나는 여전히 너를 응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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