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도sido Aug 05. 2021

수현에게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기괴한 믿음과 왜곡된 빛들이 엇갈려 서로를 할퀴고 있을 때?

아주 아주 얇은 몸이 되어야만 그 시간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거절하며 야위어갔었잖아,

마른 몸이 되어서,

종잇장처럼 얇은 몸이 되어서 그 시간을 통과하려고

그러면서 살찌는 모습을 부러워했었잖아

오동통 생기를 가지며 부푸는 모습을


우리의 연약함을 대변했던 낙엽,

선명하다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던 것들

내가 제일 후회하는 건,

나를 몰랐던 순간


누구의 진심도 쉽게 판단하지 말고

마지막에는 아무래도 웃는 게 좋아

우리는 그렇게 배웠지만

진심을 보는 법은 배우지 못했고

어느 순간도 마지막이 될 수는 없으니깐


우리가 숨 쉬는 동안

여전히 낙엽이 떨어지는 동안

우리가 안녕을 말하고,

어느 날 다시 마주 앉아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하는 동안

어떤 말을 꺼내지 못해 목구멍의 문신으로 새기는 동안


그날 네가 내게 종이를 쥐어주고 떠났을 때에

그 종이가 두장 분량의 편지였다는 걸 알았을 때에


어린 생기가 제 부피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순간마다

두려워하고

아파하면서



그때의 우리에겐 쓸만한 그물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


우리는 진심을 거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문장들을 돌아왔는지 몰라


수현, 사랑해

나는 여전히 너를 응원하고 있어.



매거진의 이전글 망각의 계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