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기괴한 믿음과 왜곡된 빛들이 엇갈려 서로를 할퀴고 있을 때?
아주 아주 얇은 몸이 되어야만 그 시간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거절하며 야위어갔었잖아,
마른 몸이 되어서,
종잇장처럼 얇은 몸이 되어서 그 시간을 통과하려고
그러면서 살찌는 모습을 부러워했었잖아
오동통 생기를 가지며 부푸는 모습을
우리의 연약함을 대변했던 낙엽,
선명하다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던 것들
내가 제일 후회하는 건,
나를 몰랐던 순간
누구의 진심도 쉽게 판단하지 말고
마지막에는 아무래도 웃는 게 좋아
우리는 그렇게 배웠지만
진심을 보는 법은 배우지 못했고
어느 순간도 마지막이 될 수는 없으니깐
우리가 숨 쉬는 동안
여전히 낙엽이 떨어지는 동안
우리가 안녕을 말하고,
어느 날 다시 마주 앉아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하는 동안
어떤 말을 꺼내지 못해 목구멍의 문신으로 새기는 동안
그날 네가 내게 종이를 쥐어주고 떠났을 때에
그 종이가 두장 분량의 편지였다는 걸 알았을 때에
어린 생기가 제 부피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순간마다
두려워하고
아파하면서
그때의 우리에겐 쓸만한 그물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
우리는 진심을 거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문장들을 돌아왔는지 몰라
수현, 사랑해
나는 여전히 너를 응원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