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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Sep 02. 2021

작별인사



작별인사

건네야 하는 마지막

너는 떠나서

소리가 되었니

나무가 되었니


난 갈라짐을 모르는 마음이 되었지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목소리였는데,

너는


하얀 창문에는

의미도 없이 김이 서린단다

자꾸만

멀쩡한 눈을 놔두고

앞을 가리는데


나는 그 안에 꽁꽁 숨어서

오래 우는 얼굴

소리 없는 죽음과

고요한 불행을 따지는 얼굴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요

모두

지워져야 하는 문장은 왜

그대로 인가요

어째서 남아있나요


너는 떠나서

떠나서

죽음이 되었니?

하얀 꽃잎이 되어 하늘에 리니?

너는, 너는


훨훨 날고 있단다


죽음은 오래도록 자세히 들여보아야만 한다고 했지

너는

그 얼굴이 희미해지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자유가 된다고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몸이 되고

두려움은 흐려진다고


작별인사

마지막

을 건네야 하는 순간이 찾아와


하얀 창에는 하릴없이 김이 서린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창을 닦아내는 손


시린 손과

불행을 감지한 날개짓

꼼짝 않는 계절

하얗게 새는 시간

우리는 그 잔인함 속에서 피어나는 꽃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늘을 추락하는 새들에게

사랑을 질문하는 마음에게


마지막 작별인사


모두가 훨훨 날게 된단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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