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건네야 하는 마지막
너는 떠나서
소리가 되었니
나무가 되었니
난 갈라짐을 모르는 마음이 되었지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목소리였는데,
너는
하얀 창문에는
의미도 없이 김이 서린단다
자꾸만
멀쩡한 눈을 놔두고
앞을 가리는데
나는 그 안에 꽁꽁 숨어서
오래 우는 얼굴
소리 없는 죽음과
고요한 불행을 따지는 얼굴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요
모두
지워져야 하는 문장은 왜
그대로 인가요
어째서 남아있나요
너는 떠나서
떠나서
죽음이 되었니?
하얀 꽃잎이 되어 하늘에 나리니?
너는, 너는
훨훨 날고 있단다
죽음은 오래도록 자세히 들여보아야만 한다고 했지
너는
그 얼굴이 희미해지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자유가 된다고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몸이 되고
두려움은 흐려진다고
작별인사
마지막
을 건네야 하는 순간이 찾아와
하얀 창에는 하릴없이 김이 서린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창을 닦아내는 손
시린 손과
불행을 감지한 날개짓과
꼼짝 않는 계절
하얗게 새는 시간
우리는 그 잔인함 속에서 피어나는 꽃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늘을 추락하는 새들에게
사랑을 질문하는 마음에게
마지막 작별인사
모두가 훨훨 날게 된단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