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1
국내 전역에서 발견되는 작은 할미새들은 날아다니기보다 걸어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주로 계곡이나 하천의 바위 틈새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곤충을 잡아먹는다. 걸어 다닐 때 꼬리를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빠른 잰걸음으로 다니고, 비행할 때는 파도가 너울거리듯 곡선을 그리며 날기에 마치 몸에 음악을 장착한 듯 리듬감이 넘쳐 보인다. 전 세계 69종의 할미새과 중 국내에는 16종이 기록되어 있다. 여름에는 긴발톱할미새와 노랑할미새를 흔하게 볼 수 있고 겨울에는 백할미새와 검은등할미새를 볼 수 있다.
포항 호미곶 인근에서 낮은 풀숲을 혼자 돌아다니는 녀석을 발견했다. 쌩눈으로 봤을 때 통과철새인 검은턱할미새인 줄 알고 설레었는데,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백할미새였다. 두 종의 겨울깃이 특히 비슷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할미새에 대해 알고 난 뒤 르완다에서도 비슷한 녀석을 봤던 것이 떠올라 2020년에 찍어왔던 영상을 뒤져봤다. 꽤나 가까이에서 촬영되어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할미새과중 African pied wagtail이라는 종인데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어서인지 국문명을 찾을 수가 없다. 백할미새와 알락할미새와는 다르게 부리기부부터 이어진 두터운 검정 눈선과 새하얀 눈썹선이 도드라진다. 머리중앙선도 이마에서 끊기는 것이 아니라 부리기부까지 연결되어 있어 머리통 전체가 흑백 줄무늬로 덮인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