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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롱 Apr 23. 2024

영원한 유목, 유리딱새

유리딱새, 2024, 박초롱


 4월 중순, 무의도의 갯벌과 맞닿아 있는 작은 숲에서 지친 몸을 회복 중인 유리딱새 암컷을 만났다. 소리가 연약해서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마른 덩굴 가지 속에서 쉼 없이 움직이는 푸른 꼬리가 눈에 띄어 찾을 수 있었다. 핀란드에서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캄차카반도와 일본까지 내려가는 모험가인 유리딱새는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치기에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생명을 마주하며 먼 거리를 이동해 온 녀석은 마치 유목민처럼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어 보였다. 처음엔 푸른빛만 얼룩 거리던 거리에서 어느덧 손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까지 내주었다. 한참을 서로 지켜보다 제 갈 길을 갔다.  


 암컷만 만났지만 수컷이 근처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체적으로 암수가 함께 이동하지만 독립적인 성격 때문인지 딱 붙어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수천 km 이동하며 잠시 내려앉았다가 영영 못 일어나는 경우도 많아서 수컷의 행방이 살짝 걱정이 되지만, 활발하고 기운 넘치는 암컷 유리딱새의 모습을 보며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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