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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Sep 19. 2024

나도 작가 한 번 해볼까?

아마추어가 많아야 세상이 풍요로워진다.

아내 생일에 서울에 다녀왔다. 인천에 사는 우리는 종종 특별한 날이면 서울로 간다. 멀리 가긴 부담스러운데 새로운 곳에 가고 싶을 때 딱이다. 최대 두세 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어 부담도 없다. 


거기다 우리 아내는 제일가는 서울러버다. 서울은 햇빛도 다르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는 곳보다 포근하고 따사롭다고 말이다. 


그녀를 위한 날이니 코스는 내가 짰다. 지하철로 남산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다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독립서점 구경 후 집에 가는 코스였다. 


그녀는 생일마다 평소와는 다른 것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숫자를 수집한다. 저번 생일에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에 다녀와서 생일이 인쇄된 입장권을 받아 일기장에 붙였다.  


이런 이유로 평소와는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도깨비 코티지>라는 식당을 코스에 넣었다. 온두라스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온두라스가 나라인지는 알았는데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랐다. 예전에 우리나라와 축구를 할 때 피파랭킹이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던 기억밖에 없었다. 


찾아보니 남미 멕시코 오른쪽 대각선 아래에 있었다. 언제 비행기로 이십 시간 이상 가야 하는 남미 음식을 먹어보겠어라는 마음이었다.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니 온두라스에서 오신 사장님이 음식을 만들고 맛도 현지와 비슷하단다.


먼저 밝히자면 내 기획은 실패했다. 처음 갔던 카페부터 내 생각과는 달랐다. 보통 우리는 카페에 가서 같이 책을 보곤 하는데 여기는 독서를 하기에는 다소 산만했다. 너무나 큰 손님용 테이블에 직원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다 들렸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내 핵심은 식당이었으니깐. 처음엔 좋았다. 골목을 지나서 가게에 들어갔을 때 남미 사람이 앉아 있었고 가게 내부는 이국적이었다. <도깨비 코티지>란 이름의 간판도 있어 보였다. 이런 풍경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하지만 음식이 미스였다. 메뉴는 닭튀김과 나쵸였는데 맛은 있었으나 너무 느끼했다. 


참고 먹다가 결국 코카콜라 한 캔을 시켜서 같이 먹었다. 아내는 깨작깨작 먹다가 몇 입 먹고서 젓가락을 놓았다. 음식이 많이 남았고 내가 자신 있게 가자고 한 곳이라서 느끼한데도 꾸역꾸역 먹었다. 이로 인한 니글거림이 저녁 끝까지 갔다. 


이렇게만 끝났다면 최악의 생일로 남았을 것이다. 다행히 마지막 코스였던 독립서점이 괜찮았다. 한 곳만 간 것은 아니고 여러 곳을 갔다. <스토리지북 앤 필름>, <별책부록>, <고요서사>등을 갔다.


시간이 남아서 자투리로 서점 탐방을 넣은 건데 안 넣었으면 큰일 났을 뻔했다. 아내도 이번 코스 중 독립서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우리는 평소에도 독립서점에 자주 간다. 어딘가 여행을 갔을 때도 꼭 코스에 서점을 포함시킨다. 작은 서점에서만 주는 매력이 있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 가면 거대한 공간과 거기에 있는 책 양에 일순간 막막해진다. 일순간에 들어오는 너무 많은 정보에 압도되어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거기다 화려한 매대들 마다 책들이 강하게 자기를 주장하는 것 같이 느껴져 금세 피로함을 느낀다.


그에 비해 독립 서점은 아담하고 소박하다. 대형 서점에 비해서 책 양이 많지 않을뿐더러 공간도 보통 한눈에 보이는 정도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거기에 매대에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크지 않는 공간 이만 각 서점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은 대형서점에서 보기 힘든 책들이 많다는 점이다. 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부터 회사에서 오 년간 근무하고 퇴사 후 도배 일을 하는 이야기 등 우리 현실에 붙어있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대형서점에서는 대형 담론들이 주류를 이룬다면 독립서점에선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런 책들을 보다 보면 ‘나도 책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이상한 자신감이 생긴다. 책 페이지가 100페이지 남짓한 것들도 있고 나와 같은 일반 직장인들이 쓴 책들도 많아서이다. 책을 내는 사람들은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고만 여겨졌다. 


실제로 교보문고에서는 작가가 유명 정치인이나 교수등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독립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글을 쓴다. 조용히 일만 하던 내 옆에 있는 동료가 책을 낸 느낌이다. 


독립서점이 많아지면 좋겠다. 여기를 허브로 우리 주변 이야기들이 글과 책으로 나오고 우리가 그걸 보고 자극받고 다시 만드는 그런 선순환이 일어나길 기원해 본다. 


장강명 작가의 <책 한 번 써봅시다>에는 아이슬란드 이야기가 나온다. 이 나라에서 십 퍼센트 이상은 자기만의 책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 이 글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나 직위들은 작가에 의하여 모두 임의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림 출처 : Ai Copi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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