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냥이 Nov 18. 2024

나는 덜렁한 직원인가 꼼꼼한 직원인가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도 달라진다.

근래 회사에 인사이동이 있었다. 내 신변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삼 년간 같이 일했던 조장이 다른 부서로 이동했고 새로운 사람이 왔다. 나 역시 지금 있던 자리에서 한 단계 올라가 조장 아래 차석자리를 맡게 됐다. 이런 변화가 달갑진 않다. 맡은 업무가 익숙해질 무렵에 좀 더 난이도 있는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직원이 노는 꼴을 못 본다.


신입부터 같이 일했던 조장님과 헤어지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다. 인사이동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런 경험은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런 직장인의 비애를 뒤로 한채 한 달 정도 새로운 조장님과 일을 하니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에 모시던 조장님을 A라고 하고 지금을 B라고 하겠다. A조장님은 일처리 할 때 매우 꼼꼼했다. 예전 팀장님 A 조장님을 자기가 직장생활 삼십 년 하면서 본 사람 중 준비성이나 꼼꼼함을 점수로 따지면 100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만들어도 같은 내용을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 A보고서가 통과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B도 만들어놓는 식이다. 이런 분 밑에서 일하는 나는 죽어났다. 그만큼 꼼꼼하지도 않고 스스로를 설렁설렁하다고 느끼는 나였기 때문에 더했던 것 같다.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의 눈에는 내가 얼마나 빈틈투성이로 보였을까. 


같이 일하는 삼 년간 하루도 잔소리를 듣지 않는 날이 없었다. 나중에는 조장님이 없는데도 그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이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자연스레 회사에서 위축도 됐다. 어떤 일을 할 때 이렇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란 생각이 무의식을 지배했던 것 같다. 


반면 이번에 온 B조장님은 본인도 상대적으로 설렁설렁했다. A조장님과 일할 때 보이지 않았던 빈틈이 보였다. 그래서 이런 점들을 내가 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깐 내게 꼼꼼하다고 말한다. 이런 평가에 혼란스럽다. 


과거 A조장님과 일을 했을 때 분명 나는 덜렁거리는 직원이었는데 지금은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내가 성장한 건가 싶으면서도 얼마 전까지 A조장과 일하면서 핀잔을 듣던 내가 떠올라 이런 상황이 생경하다. 


문득 모든 건 상대적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만약 내가 초등학생과 달리기를 한다면 난 거기서 월등한 사람이 된다. 하지만 체대생들과 달리기를 한다면 우열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다만 어딘가에 비교해서 평가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대적인 평가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래서 나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나아지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 이 글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나 직위들은 작가에 의하여 모두 임의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그림 출처 : Ai Copilot 

매거진의 이전글 일잘러는 뭐가 다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