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재적 동기의 한계, 내재적 동기의 힘
『공부라는 세계』를 읽었다. 이 책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 창의적인 성과를 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에 자주 등장하는 벤 베이크 교수의 말이었다. 그는 "과거에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뛰었는지를 떠올려보라"라고 말한다. 이는 곧 자기 공부의 동기를 찾으라는 뜻이다.
동기는 일반적으로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로 나뉜다. 외재적 동기는 금전적 보상, 명예, 타인의 인정처럼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반면 내재적 동기는 행위 그 자체에서 즐거움이나 몰입을 느끼는 데서 비롯된다. 외재적 동기는 보상의 혜택이 사라지면 지속되기 어렵지만, 내재적 동기는 비교적 오래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학습은 평생 이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가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시절, 대학 입시라는 외재적 동기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대학에 들어간 후 학습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외재적 동기의 한계 때문이다. 한편, 내재적 동기는 사람마다 다르며, 획일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내재적 동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외재적 동기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통제하거나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내재적 동기는 자기 내면에서 비롯되며, 조건만 맞는다면 지속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내 경우 외재적 동기가 거의 없다. 돈, 명예, 타인의 인정 등은 나를 크게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어떤 일에 몰입하고 있을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재적 동기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내재적 동기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 시절, 무엇을 할 때 몰입감을 느꼈는지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어릴 때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욕망을 자유롭게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 내재적 동기를 찾아볼 차례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내재적 동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어나가다 보면 내가 본능적으로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레고를 가지고 놀았던 시간이다. 집구석에 큰 포대 자루에 여러 색깔의 레고가 뒤섞여 있었다. 난 완성된 세트를 그대로 조립하기보다는, 이미 만든 것을 분해하고 섞어서 나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데 더 큰 흥미를 느꼈다. 여러 종류의 레고를 덕지덕지 이어 붙여 군함을 만들고, 드래건을 만든 뒤 각각 손에 들고 전투를 벌이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누구의 지시도 없이, 나 스스로 재미를 느껴 몇 시간이고 몰입했던 활동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머릿속 상상을 실물로 구현해 내는 '창작의 기초'를 배우고 있었던 셈이다.
두 번째 기억은 중고등학교 시절이다. 누나가 가져온 김정률 작가의 『다크메이지』를 계기로 처음으로 판타지와 무협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쥬논 작가의 『앙신의 강림』은 거의 광적으로 몰입해서 읽었다. 그 당시 흔하지 않은 세계관에 서서히 빠져들게 해서 폭발하는 필력은 그 당시 나에겐 센세이션이었다. 새벽까지 눈이 벌게지도록 책을 읽고, 다음 권이 궁금해 도서대여점 문이 열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야기에 빠질 땐 주변 소음도 들리지 않고, 시간 감각도 사라졌다. 마치 내가 직접 그 세계 안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세 번째는 새로운 세계관을 접할 때 느끼는 설렘이다. 드래건과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내공이 중심이 되는 무협, 고대 신들이 등장하는 크툴루 신화, 다양한 설정이 결합된 SCP 세계관 그리고 요즘엔 포켓몬까지. 나는 이처럼 독창적인 세계를 접할 때마다 강한 동경과 흥분을 느낀다.
이런 사례들을 정리해 보면, 내 내재적 동기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창조적 재구성. 기존의 것을 분해하고 융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둘째, 몰입과 탐험. 보상과는 무관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로운 이야기와 세계에 빠져든다.
셋째, 세계관의 확장. 단일한 틀보다는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더 큰 우주를 창조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창조한 세계를 몰입해 만들고, 이를 표현하고 공유함으로써 타인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러한 동기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취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해마다 반복되는 업무가 많아 자칫하면 틀에 박힌 방식으로 처리하기 쉽다. 이런 점 때문에 회사 생활에서 권태와 따분함을 느꼈던 적이 종종 있었다. 따라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식으로 일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보고서도 매번 같은 형식이 아니라, 내 방식대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활동과도 연결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데, 현재는 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나중에는 나만의 세계관을 창조해 글을 써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즐겨 읽던 무협이나 판타지처럼,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예컨대, 현대 도시 속 신화적 존재들이 숨어 살아가는 세계, 혹은 감정을 시각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들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브런치에 연재하는 짧은 이야기부터 시작해, 점차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시켜 나가보고자 한다.
또 하나는 음악이다. 요즘 기타를 연습하고 있는데, 여기에 작곡을 접목시켜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다. 단순히 곡을 연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곡에 이야기를 입히거나 특정 장면을 떠오르게 만드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 또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
정리해 보면, 나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는 일'에서 가장 큰 동기를 느끼는 듯하다.
이제 중요한 건 이 동기를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되살리는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런 글을 쓴 것이기도 하다. 기억이 나지 않을 때 다시 찾아보기도 좋고 이렇게 글로 쓰면 더욱 선명하게 남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는 창조적 몰입의 순간들을 더 자주, 더 깊이 경험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삶 속에서 하나씩 실험하며 찾아가고자 한다.
그림 출처 : chat gpt 4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