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무엇인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는 것이다.
구본형은 1954년 1월 15일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공부하였으며, KBS 라디오는 2005년 ‘구본형의 성공시대’를 12부작 드라마로 제작하여 방송했다. 그는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켜 신선한 경영비전을 제시하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변화경영사상가로, 현재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강연과 칼럼, 활발한 저술 활동을 했다.
오래전, <보보의 드림레터>를 통해 읽었던 <43세에 다시 시작하다>에 나온 한 구절을 읽고, 그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졌고 그의 글을 읽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왜냐면 그가 마흔셋에 느꼈던 삶에 대한 갈등을 나 역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환경은 다르고 처한 상황은 달랐어도 느낌이 같다는 것이 나의 온전한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그는 IBM 회사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박차고 그가 꿈꾸던 자신만의 삶을 시작한 것이 43세.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내성적인 성향으로 찾아 나서는 것보다는 가만히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나비가 꽃을 찾아오듯 그는 사람이 그를 찾아오기를 바랐던, 의외의 수동적인 그였다. 좋아 죽는다고 매일 보며 뜨거워져 데고 마는 그런 친구관계보다는 서로의 거리를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그런 친구관계를 원하는 분, 어쩜 그런 성향이 닮아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연구원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글을 보면 물씬 느껴진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그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 그래서 연구원들은 그를 존경을 가득 담아 ‘사부’라고 불렀다.
그의 경력은 많이 알려져 있고 화려하다. 그의 저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전문가가 뽑은 ‘90년대의 책 100선’에 선정되었고, 저서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동아일보가 봄은 ‘2001년 전반기 읽어야 할 책 10선’에 선정되었다. 동시에 중아일보 선정 ‘2001년 좋은 책 100선’에 올랐다. 저서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는 2004년 리드앤리더 자문위원단이 뽑은 국내의 ‘비즈니스 명저 40’에 선정되었으며, 그 외에도 그의 저서는 여러 분야를 초월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며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꿈을 심어주었던 구본형 선생은 2013년 4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폐암으로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했던 이들의 곁을 홀연히 떠났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제목을 보는 순간 다른 때라면 제목이 이렇듯 절절함보다는, 제목이 주는 의미 그 자체로 와닿았을 것이나. 내게는 왠지 모를 싸한 아픔과 함께 마치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놓아야 하는 상실감에서 오는 아리는 아픔을 동반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 책 맨 앞 페이지에는
‘펌킨 OOO님 언젠가 브라질에 가게 되면,
그곳에 펌킨이 자라고 있음을 기억할게요.
구본형 2009년 11월 18일’이라고 쓰여있다.
그리고 맨 뒷 페이지에는
‘펌킨 OOO님 선한 싸움을 기억하시기를,
아름다운 승리의 소식을 기다릴게요.
2009년 11월 이희석 드림.’ 이렇게 쓰여있다.
내가 존경하는 스승의 메시지와 스승의 스승이신 구본형 선생님의 글이 자필로 쓰여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귀하고 소중한 책이 되었다.
2009년 우리 와우팀을 만나러 한국에 갔을 때, 책으로만 뵈었던 구본형 선생님을 스승과 함께 만나 뵐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존경하는 작가의 책을 겨우 몇 권밖에 읽지 않았다는 스스로의 부끄러움 때문에 전작을 읽고 다음번에 뵙겠다는 말씀을 드리고는 브라질에 돌아왔다.
그리고 몇 년 후, 스승으로부터 구본형 선생님께서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갑작스러웠던 소식이라 우리 모두는 멍한 슬픔에 빠졌었다. 나는 겨우 책으로만 뵈었을 뿐임에도 슬픔이 이리도 깊었는데, 하물며 함께 오랜 시간을 했던 스승의 제자분들은 어땠을까.
살아가는 어느 시점에 선생님을 만나 뵐 기회가 다시 주어질 줄 알았던 나의 기대는 허망하게 사라졌다. 책을 한 권 읽었음 어떻고, 두 권 읽었음 어땠을까.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기준에 나를 가둬놓고는 그렇게 귀한 만남을 잃어버리고 만났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아름답고도 슬펐던 나의 한국 여행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집어 든 책이었다.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여행여야 했고,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여행이었지만. 그랬다. 나의 한국 여행은 ‘아름다웠고 슬펐다’.
하지만 그 여행은 오랜 시간 나의 마음속에서 맴맴 돌고 정작 실천은 따르지 않았던 나에게 삶에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그와 함께 나를 혹독한 방법으로 결심하게 했고 단호한 각오를 하게 했다. 많은 힘겨움과 고통이 따랐지만, 어쩜 내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불타는 갑판. 책은 처음부터 마치 영화를 보듯 드라마틱하고 극단적인 스토리와 함께 시작된다. 좋은 것과 안 좋은 것 중 하나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 그 어느 것을 택해도 죽음과 죽음 사이 Certain Death와 Possible Death와의 처절한 선택. 삶은 그런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에서의 흑백의 선택이 아닌, 수많은 경우 우리는 그 어느 것을 택해도 죽음일지도 모르는 선택의 기로 선상에서 무엇인가를 택해야 한다. 결국 둘 다 나쁜 상황에서 조금 덜 나쁜 것을 선택하며 ‘덜’이라는 단어와 함께 ‘희망’과 ‘꿈’을 끼어 집어넣는다. 그렇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열어준 ‘꿈’과 ‘희망’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본 조건 같은 것.
개혁은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이 없으면 개혁도 없다.
구본형 선생은 우리에게 왜 우리(조직에서나 개인의 삶에서나)의 삶 속에서 변화를 주기가 그리도 힘든 것인지 조목조목 일상 속의 이야기로 우리 가슴에 콕콕 박혀 들도록 그 이유를 들어 보여주신다. 왜 우리가 변화에 실패하는지, 왜 우리가 혁명에 실패하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언제 혁명이 필요하며, 언제 점진적인 변화가 효과적인 지도 구본형 선생님의 특유의 자상함과 따뜻함으로 거듭 강조하시며 보여주신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혁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다. 껍데기는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실상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바로 실패한 혁명의 참모습이다. 인생은 단순한 것이 아니며, 변화하지 않아도 되는 수십 수백 가지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P65)
내 가슴을 치고 들어온 구절이었다. 혁명은 고사하고 작은 ‘변화’조차도 내 삶 안에서 느끼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 삶의 스케줄을 바꾸거나 머리를 자르는 등,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많이 시도한다. 하지만, 정작 변해야 하는 혁명을 가져와야 하는 내면은 그대로 두고 씻지 않은 얼굴에 더덕더덕 화장을 해댄다. 그 추함을 그대로 안고 다녔기에 이 구절이 더 가슴에 치고 들어왔을 것이다.
정말 그랬다. 우리는 변화하지 않아도 되는 수십 수백 가지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에 널려 있는 모든 이유들을 당연한 듯 합당화 시키며 시도조차 애써 외면하며 막을 쳐버리는 것이 일상화된 삶. 나는 나의 삶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에 끼고 싶다. 꿈꾸는 몽상가가 아닌, 꿈이 죽어버린 현실주의자도 아닌, 꿈을 가진 현실주의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나의 변화시도가, 내가 꾸었던 나의 꿈들이 모두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면 지난날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온 내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나이가 들어가며 나의 열정이 예전 같지 않다 하여 내가 잘못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꿈은 그때그때 변한다. 나이에 따라 시기에 따라 꿈도 함께 따라 변한다. 좀 더 젊었을 때는 몽상가적인 꿈을 꾸었던 나는, 지금 지극히 현실적인 꿈을 꾼다. 조금은 낯선 꿈이다. 그런 나도 낯설다.
읽으면서 많이 웃고 울고 했다.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감동이 벅찬 부분에서는 그 감동을 어쩌지 못하고 눈물을 콕콕 찍어내야 했고, 정 아지매 부분을 읽을 때는 떼구루루 굴렀다. 묘비명 부분을 읽다가도 푸하하~ 웃음이 터져버렸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을 때도 그랬는데, 구본형 선생의 유머는 압권이다. 읽는 사람은 너무 웃겨서 돌아가실 지경인데, 정작 당신은 너무나도 진지하다. 그래서 웃음이 터져버리는 것. 문득, 궁금했다. 구본형 선생님은 이런 표현을 글로 그려내실 때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계셨을까.
어렸을 때 맛있는 과자를 숨겨놓고 하나하나 꺼내 먹듯, 아주 아끼면서 맛있게 읽었다. 그 느낌에 충실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내 마음 안에 하나하나 새기려고 노력하면서. 인제 실천만이 남았다.
읽고 배운 대로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애쓰지도 않을 것이며 오직 어제의 나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늘 마음에 두고 깨어있는 내가 되겠다고 조그만 목소리로 다짐을 해본다.
인생은 순간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인생은 무엇인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는 것이다.’
구본형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매 순간순간을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그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고 싶다.
그래서 `~하고 싶다`의 영혼 없는 다짐 남발의 글이 아닌, 삶 속에 일궈낸 변화의 기쁨을 그려낸 <펌킨의 변화 다짐 남발 해방일지>를 올리는 나를 조심스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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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혜화동'을 들을 때면
늘 처음 듣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곤 한다.
들을 때마다 한결같은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지난 날의 이야기들...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친구들과 수많은 이별들이 함께 했고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야 했고
새로운 곳에서 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며 지내온 날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또 그렇게 다가오는 수 많은 이별들에 익숙해져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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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 박보람의 목소리로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