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의 ‘잡’이 어떤 한자인지는 모르겠다. 잡념, 잡무, 잡학사전 등 ‘잡스러운 것’을 뜻하는 한자를 가져다 쓴 게 아닐까 하는 추론은 가능하다. 그 정도로 잡지사에는, 그리고 잡지 기자들 사이에는 ‘잡지식’이 많이 돌아다녔다. 하나를 깊게 파지 못한, 넓고 얕은, 딱히 쓸 데는 없는 지식들. 그 중에 하나가 당시 가장 ‘신빨’이 좋은 점집에 관한 정보였는데, 그런 정보를 하나 물게 되면, 마감이 끝난 뒤 그리로 향하곤 했다.
“서른 셋에 귀인을 만날 것이야”
아직도 기억나는 점쟁이의 이 한 마디. 당연히 그때의 나는 그 귀인이 미래의 남편이거나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내심 기대했고, 서른 셋이 되면 ‘짠’하고 귀인이 등장할 거라 은근 바랬던 것 같다.
지금은 안다. 그 귀인이 내가 서른셋에 열 네 시간 진통 끝에 얻은 나의 아들이라는 것을. 가끔 이 놈이 귀인인지, 귀신인지 헷갈릴 때는 있지만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있지만 내가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단어들이 있다.
환희, 경이로움...
이런 단어의 뜻을 난 아들을 키우며 비로소 알게 됐다. 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입밖으로 내지도 않았을 단어들, 지금 이렇게 글에 적지도 못했을 단어들. 이런 걸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