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은 부담스럽다.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괜히 젠체하는 건 아닌지, 나의 의도를 자가검열하게 만든다. 또 받는 사람이 이걸 읽을지, 책꽂이에 진열만 해둘지, 자꾸 가늠하게 된다. 그러다 포기한다. ‘선물은 실용이지’하며 결국 물욕을 채워주는 선물코너로 발을 옮긴다.
그러던 내가 책 선물을 하게 된 건 김소연의 <마음사전>을 읽고나서 였다. 혼자 알기 아까웠고, 읽게 하고 싶었고, 같이 얘기 나누고 싶었다. 물욕을 채우는 선물과 함께 <마음사전> 한권도 ‘원 플러스 원’으로 챙겨 넣었다.
왜 이 책을 선물하게 됐냐고 물으신다면, 당신은 ‘처참함, 처절함, 처연함‘의 차이를 아느냐고 묻고 싶다.
“처참함은 입맛을 잃어 물조차 삼킬 수 없는 지경이라면, 처절함은 밥솥을 옆구리에 끼고 전투적으로 숟가락질을 하게 만드는 지경이며, 처연함은 한 그릇 밥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경지다. 처참함 때문에 우리는 죽고 싶지만, 처절함 때문에 우리는 이 악물고 살고 싶어진다. 처연함은 삶과 죽음이 오버랩되어서 죽음처럼 살고, 삶처럼 죽게 한다.”
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읽었다. 동성동본 ‘처씨’인 세 단어가, 내겐 그 나물에 그 밥 같던 세 단어가, 김소연이란 시인을 만나 활어처럼 살아 숨쉰다. 단어를 만드는 조물주가 있다면 ‘의도를 알아줘서 고맙다’며 슬며시 미소 지을 것만 같았다.
책 선물을 고민 중이신가. <마음사전>이 답이 될 수 있다.
감정의 정체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계신가. 셀프 선물로도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