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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Aug 08. 2022

연봉은 선착순이 (아니)잖아요

단어한주제, 연봉

회사원에게 연봉은 적잖이 중요한 항목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무의식 중에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연봉과 연관 짓곤 한다.


지식을 탐하는 자는 교수를 하고 있을 것이고, 사회에 대한 기여를 목적으로 삼는 자는 자원봉사를 할 테니 회사원과는 구별된다. 그들은 자신을 평가할 때 연봉 얼마짜리 인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명예, 자기만족, 사회에 대한 기여 등이 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연봉만으로 자신을 평가하려 한다면,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이상적인 얘기지만.


회사원은 다른 회사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래야 뗄 수  사회생활을 겸하며 상사가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자의로 일하는 일부는 큰 행운을 만났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들 마저도 타의가 침범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싫은 일도 해야 하는 스스로를 노예라고 부르며 자존감을 깎아내리기도 하는데, 그 낮아진 자존감을 연봉으로 채우면 또 어깨를 펴고 당당하다.


모든 회사원은 연봉계약서에 대한 서명을 하고 부여받은 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하는 일의 업무강도와 가치는 연봉에 반영되지 않는다. 전년도의 내 업무실적을 통해 유능함에 대한 반영은 일부 될 수 있겠지만, 그저 '고생했어요'가 반영된 조금 더 오른 연봉일 뿐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갑자기 회사에서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하더라도 연봉이 오르지는 않는다. 미래가 안 보이는 그저 그런 일로 헛물을 켠다 해도 연봉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연봉은 어찌 보면 무관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연봉을 많이 받는다는 말을 들으면 '와아-'하고 그 사람을 우러러보곤 한다. 정신 차리자, 그 연봉은 그 사람의 역량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연봉은 나 자신에 대한 가치보다는 내가 속한 회사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이직을 하곤 한다. 이직에 대한 사유가 아무리 하고 싶은 직무라고 써도, '연봉을 더 받았겠구나' 하는 주변의 시선을 피할 수 없다. 당연한 시선이다. 직장인과 연봉은 뗄래야 뗄 수 없고, 그 연봉을 위해 우리는 노예계약을 매년 갱신하고 있는 것이니까.


서론이 길었는데, 그렇다면 연봉은 무엇을 반영할까?


대기업을 다니고 있고, 친구들도 대기업 직장인으로 채워진 대감집 노예의 입장에서 주변을 보면, 연봉에 반영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회사의 네임밸류이고, 이차적으로는 숙련도라고 생각된다.


어떤 회사에서 시작하는지, 신입사원 초봉이 얼마가 되는지가 향후 10년의 연봉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는 직원이 아무리 잘났다 한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연봉을 인상시켜주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형평성이라는 보편타당한 가치도 추구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확연히 뛰어난데 무슨 형평성이냐고? 그건 착각이다. 말도 안 되게 뛰어난 수준이었다면,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알아보고 진작에 데리고 갔을 거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숙련도는?


매년 일정 수준(개미 코딱지만큼) 연봉이 올라가는데, 그 올라가는 이유는 단지 1년을 잘 다녔기 때문이다. 1년간 더 나아진 게 있다면, 하고 있는 업무의 숙련도 정도일 것이다. 연봉은 선착순일까? 먼저 온 놈이 더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현실에서 따져보자면, 연봉은 선착순이 맞는 것 같다.


높은 연봉을 받고 싶다면? 1년, 2년 착실하게 일하며 숙련도를 쌓는 것이다. 숙련도만큼 연봉도 차츰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작 지점에서부터의 인상이기에 시작이 틀렸으면 회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직이다. 런 경우에 이직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연봉을, 특히 베이스 연봉을 높일 수 있을 때.


주변에 이직 소식이 많고, 연봉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다 보니 우리의 연봉이 생각보다 단순하게 결정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는 연봉이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대변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작 연봉은 소속된 회사의 수준과 착실히 쌓아온 우리의 숙련도를 표현할 뿐이다. 그러니 구태여 연봉과 자신의 가치를 결부시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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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단어 하나를 주제로 사색을 해보고, 글로 남깁니다. 타인의 시선이 궁금하신 분은 한번쯤 관심가져주세요. 함께 생각을 나누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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