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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Jul 26. 2022

그림소비로 이루는 문화의 향유

단어한주제, 그림

부자가 되는 것, 돈을 버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근로소득을 높이기 위한 방법과 이미 가진 자산을 불리는 전략, 작가가 아닌 이상 그림을 구매한다는 것은 후자의 경우에 가깝다.


투자에는 여러 가지 수단이 존재한다. 주식, 채권, 적금 등 금융권의 재테크 수단들이 즐비하고, 부동산, 레고, 음악, 그리고 미술까지 실물에 대한 투자도 다양하다. 투자 차원에서 그림을 구매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실물 투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그림 하나를 구매했다. 정확히는 경매를 했다. 운 좋게 원하는 가격에 낙찰이 되었고, 실제 작가가 판매하는 가격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구매했다.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싸게 사서 비싸게 팔 방법을 고민해야 하니, 낮은 가격에 작품을 구매했다는 것은 투자자 관점에서 성공적인 투자였을까.


생에 첫 그림을 구매했다는 사실 자체에 많이 기뻤다. 흥분된 감정이 가실 때 즈음에서야 어디에 걸어야 내 눈에 편히 보일지, 직사광선을 피해 잘 보존될 수 있을지, 가구 등과 어울리려면 가구배치도 손봐야 할지 등 많은 고민이 뒤를 잇기 시작했다. 골치가 아파왔다. 그래서 일단은 딱 눈에 들어오는 부모님 집 벽에 잠시 걸어둔 채, 아직도 고민 중이다.


그림을 구매한다는 행위가 투자의 관점이었다면 과연 저런 고민을 했을까 싶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눈여겨보던 작가의 작품이고,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오래도록 내 곁에 두고 싶어 구매까지 이어진 그림이다. 이게 과연 투자자의 관점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나는 되팔 생각이 없다. 한마디로 단순한 소비일 뿐 투자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샀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짜리냐', '그거 사면 많이 버냐' 등을 물었다. 전시짬밥은 있는지라 비싼 그림이 뭔지는 안다. 그리고 그 비싼 그림들이 그동안 얼마나 더 비싸졌는지도 대략적으로는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투자로서의 그림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이 5년 전 얼마였다가 지금은 얼마라더라'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있겠나?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작가들이 존재할 텐데 말이다. 리고 그들 중 대다수는 이름을 말해도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지 그림을 샀다는 사실에 투자로 접근하기엔 그림이라는 개념의 범위가 더없이 넓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내 인생 첫 그림 구매는 투자가 아닌 소비에 해당한다. 구매의 목적이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향유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와 같이 그림을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작품을 구매하면서, 되팔 생각을 가지고 활하는 것은 다소 메마른 감정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건조하지 않은 세상에서 나와 내 자식이 살아가려면, 향유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인생 첫 그림을 구매했고, 앞으로도 신중하게 내 취향을 찾아 소비해볼 생각이다. 문화예술의 영역에서까지 생산성을 염두하며 살지는 않을 예정이다.


그림을 떠올릴 때 떠오르는 소소한 생각들을 내 눈앞에 놓인 싱그러운 과일그림을 보며 정리해본다. 이 그림, 난 이제 하루에도 몇번씩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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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단어 하나를 주제로 사색을 해보고, 글로 남깁니다. 타인의 시선이 궁금하신 분은 한번쯤 관심가져주세요. 함께 생각을 나누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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