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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Jul 18. 2022

이직이라는 달콤한 유혹

단어한주제, 이직

아픈 아기에게 약을 쉽게 먹이는 방법이 있다. 쓴 약을 먹고 나면 평소에 못 먹던 사탕을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아기는 평소에는 먹지 못하던 사탕을 먹을 수 있다는 유혹에 쓰디쓴 약을 꿀꺽 삼킨다. 나름의 용기를 내고, 씁쓸함을 견뎌내는 것이다. 간을 견딘 대가로 달콤한 사탕을 맛보지만,  시간 후에는 또다시 쓴 약이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에게 이직은 아기를 사탕으로 꼬드겨 쓴 약을 먹이는 과정과 닮아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적성에 맞지 않는 일에 대한 답답함, 출퇴근 거리로 인한 불편함,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지금 닥친 현실이 못 미더워 이직을 꿈꾼다. 쓴 맛의 현실을 피해 단 맛을 찾아가는 과정, 바로 이직이다.


이직은 상상만으로도 이미 즐겁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경력사원 모집공고는 달콤한 맛에 대한 맛 평가가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워라벨이 좋고, 합리적인 평가체계를 갖췄으며, 복지 또한 우수하다. 좋은 선후배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감성적 터치는 덤이다. 그렇게 달콤함을 속삭이는 신규인력 영입에 대한 공고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더욱 쓰게만 다가온다. 늦은 밤 먹방을 보면 배불리 먹은 저녁식사를 잊은 채 치킨이 먹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결심을 한다. 마치 아기가 달콤한 사탕을 먹고 말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눈을 반짝이듯이. 그리고는 없는 시간을 쪼개 이력서와 자소서의 칸을 채운다. 쓰디쓴 현실에 고통의 시간까지 더해지지만 견딜만하다. 이것만 잘 되면 달콤한 사탕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만 참으면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기에 찰나의 힘듦을 견뎌내는 것도 할만하다. 최소한 아기보다 참을성은 많지 않겠는가.


서류평가,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을 통과하면 합격, 연봉협상에 대한 기회가 주어진다. 쓰디쓴 현실 속에서 시간을 쪼개는 고통까지 더해 맞이하는 최종 관문이다. 희망연봉을 높게 불렀다가는 텁텁한 쓴 맛을 다시 느껴야 할까 걱정되고, 낮게 불렀다가는 나중에 후회를 할까 두렵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어딘가, 안전해 보이는 수준 그 어딘가를 점찍어 협상을 마친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뒷걸음을 치면 쓴 맛을 다시 봐야 하는 게 확실하고, 어떻게든 한 걸음 나아가면 쓴 맛일지 단 맛일지 모른다. 그러니 앞으로 가야 한다.'


자기위안을 마지막으로 쓰디쓴 현실에 안녕을 고한다. 주변의 동료들은 앞다투어 축하해주니 이미 달콤함에 취해간다. 그렇게 직장인의 이직, 달콤함을 위한 쓴 약 삼키기는 끝이 난다.


쓴 약을 힘겹게 삼킨 아기는 달콤한 사탕을 맛보지만 또 한 번의 쓴 약이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찮가지로 이직의 달콤함이 사그라질 즈음이면 다시 쓰디쓴 현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아기의 감기기운이 가셔야 씁쓸함과 달콤함의 줄다리기가 끝이 나듯 직장생활이 계속되는 한 쓴 맛은 주변을 맴돌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그래도 꿈꾸는 사탕, 바로 이직이다. 그리고 아기가 쓴 맛을 견뎌낼 만큼 달콤한 것이 사탕이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이직을 탐하는 자들의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달콤함을 탐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한 직장에 평생토록 몸 담는 이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찰나의 달콤함에 유혹되지 않았고, 씁쓸한 현실을 견뎌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직을 하는 사람들도 칭찬한다. 미래에 있을 쓴 맛을 알면서도 현재의 쓴 맛을 극복하고 단 맛을 거머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탕의 단 맛을 보기 위해 쓴 약을 꿀떡 삼킨 아기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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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의 단어 하나를 주제로 사색을 해보고, 글로 남깁니다. 타인의 시선이 궁금하신 분은 한번쯤 관심가져주세요. 함께 생각을 나누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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