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힘
주말 오후,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 한 편을 골랐다. 천재 바둑기사 두 사람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이야기였다. 바둑돌 하나를 놓기 위한 그들의 숨 막히는 눈빛과, 서로의 수를 미리 읽으려는 미세한 긴장감이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화면 속 승부는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삶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우리는 매일 상대를 이기고, 인정받기 위해 끝없이 싸우고 또 싸우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하루하루가 경쟁이다. 누구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끊임없이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의식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남들이 걷는 길이 정답인 듯 착각하고 따라가기도 하고, 또 때로는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조차 헷갈리고 만다.
영화 속 바둑기사 두 사람은 각자의 스타일이 뚜렷했다. 한 사람은 계산적이고 철저했으며, 또 다른 사람은 직관적이고 창의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두는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계산력이나 직관 그 자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이 지닌 고유한 방식,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결이 결국 승부의 흐름을 바꿨다.
이 장면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인생이라는 승부도 결국엔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하고, 심지어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나다움’이다. AI조차 모방할 수 없는 나만의 감성과 나만의 이야기, 그 독특한 결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고 힘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 남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보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세상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진정한 이겨냄은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낼 때 비로소 진정으로 마지막 웃는 자가 될 수 있다.
나의 삶이란 바둑판 위에서 놓는 돌 하나, 그 한 수 한 수가 오직 나만의 방식과 색깔을 담고 있을 때 가장 빛날 수 있다. 아무리 화려한 기술과 계산이 난무한다 해도,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한 수는 오직 내가 놓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세상과의 경쟁에서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지 말자.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 길 위에서 나만의 아름다운 결을 만들어가자. 결국 승부는 그곳에서 판가름 날 테니까.
한 줄 생각 : 세상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유일한 힘은, 바로 나다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