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 일하는 엄마가 새벽 3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
2016년, 결혼 14년 만에 내 집 마련을 처음 하게 됐다. 그동안 물론 둘째 아이 케어하는데 제일 많은 돈이 들어가긴 했어도 정신 못 차리고 엄청나게 질러대며 화려한 소비마녀 경력을 뽐냈었다. 2003년 결혼하면서 2016년 내 집 마련을 하기 전까지 내 집 마련은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나 부모 도움받고 시작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애써 외면해왔다.
시댁에서 1원짜리 한 장 안 받고 보험약관대출을 받아 신혼살림을 시작한 나로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더 도움이 됐다. 이렇게 살다가는 내 새끼들과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겠다는 38살의 내가 생각했던 것을 2003년 결혼 당시부터 좀 했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대출 1도 없이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리석게도 결혼 당시에는 '내 집 마련은 별로.. 내 가게에서 내 장사하는 게 꿈'이라는 남편의 말만 덜컥 믿고 그저 가게일이나 열심히 하며 당장 밥을 굶거나 아이들 옷을 못 사 입히는 일은 없으니 거기에 만족한 채 하루하루 시간을 보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계약금만 갖고 와요!
2016년 내 집 마련을 하면서 엄청난 은행빚을 난생처음으로 떠안고 살게 되었는데 겁이 덜컥 났다. 왜냐하면 부동산은 떨어질 일만 남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 남편의 의견에 반해 일을 저질러 버렸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저렴한 이자 덕분에 그 두려움은 몇 달 안 갔고, 엄청난 빚을 두고도 다시 소비마녀의 기질을 뽐내며 질러댔다. 이사한 지 2년이 채 안되던 2018년 어느 날, 미국에서 금리를 올린다는 뉴스가 속속 나오면서 또다시 겁이 났는데, 2016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리가 지금 내고 있는 이자가 2배가 될 수도 있어!
자칫하면 남편 말대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아이들과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 '그것 봐 내가 뭐랬어'라며 남편이 나를 책망할게 눈에 선했다. 큰일 났다. 여태껏 난 뭐하고 산 거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안 되겠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이렇게 살다가는 내 새끼들 지키지 못하겠구나...
뭐부터 하지?
돈에 대해서 배워야겠다.
돈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책부터 읽자!
돈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건 모조리 다 읽어보자!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살면서 책을 얼마나 안 읽고 살았는가 하면 그때까지 도서관은 한 사람당 2권까지만 대출되는 줄로 알고 살았다. 아이들 학교 도서관에서 그렇게 빌려오니까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했다. 이게 웬걸? 도서관 사서가 말하길 한 사람당 10권까지 대출이 된다는 것이다. 절실했던 마음이 커서였을까? 쾌재를 부르며 미친 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를 분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태껏 돈 관리를 제대로 못했던 이유, 내 돈을 쏙쏙 빨아들였던 블랙홀과도 같은 존재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못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 등 철저하게 나 자신에게 묻고 나 자신이 대답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책을 미친 듯이 읽으면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자기 분석을 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나를 분석하면서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나의 못난 점이었다. 여태껏 열정이 엄청나게 타오르기는 잘하는데 그것이 끝까지 못 간다는 것, 큰 포부와 야심을 가지고 가계부를 쓰기 시작해도 계획만 잘 세우고 몇 달 못가 그냥 덮어버리는 것 등 자꾸 단점, 못난 점 이런 것들만 보였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등을 써 내려가는데 도통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10개도 채 못 쓰는 나에게 참으로 미안했다.
그동안 내가 나에게 참 나쁜 사람이었구나!
내가 무엇을 위해 지금 이렇게 책을 미친 듯이 읽고 있는지를 찾고 싶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
남편을 은퇴시켜야 한다.
대출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
아이들과 좀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
차도 넓은 차로 바꾸고 싶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늙어서 아이들이 나를 돈 때문에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 아이 수술을 계속 시켜야 한다.
나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거창한 말로 바꾸면 이것이야말로 경제적 자유였다. 그때는 이런 가슴 뛰는 단어를 몰랐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면 그때마다 적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가계부도 그때마다 적으면 되겠구나
가계부를 들고 다녀봤다. 불편했다. 종이랑 펜을 들고 다녀봤다. 굉장히 거추장스러워서 며칠 가다 안 들고 다니기 일쑤였다. 손바닥만 한 스프링 달린 수첩과 펜을 주머니에 넣고 다녀봤다. 할 만 하긴 했으나 또 다른 일이 되어 결국 며칠 못 가더라. 영수증을 모아봤다. 그것이 그것 같고 주머니에 꼬깃꼬깃되거나 가방에 처박아두기 일쑤였다. 엑셀에 매일 적어봤다. 내 시간 1분 1초도 허락되지 않은 채 매일매일 아이들 케어와 가게일에 시달리던 내게 그건 사치였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게 몇 년 전에 유료로 결제하고 가볍게 삭제했던 가계부 어플이었다. 늘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스마트폰이니까 돈 쓰고 나오면서 어플 켜는 것만 습관 들여보자고 다짐했다. 돈 쓰고 나오면 무조건 가계부 어플에 적어보자! 돈을 쓰면 무조건 적는, 돈무적 프로젝트를 셀프로 진행하게 됐다. 이름을 붙이니까 더 내 것 같고 애착이 갔다.
돈 공부!
참 좋은 말이다.
돈을 공부하면 진짜 부자가 될 것 같다.
의욕 넘치게 시작했다가 점점 의지가 사그라드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닥치고 무조건 돈 공부부터 시작할게 아니라 나 자신을 뜯어보고 살펴보고 요리보고 조리보고 나 자신을 분석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점을 살리고 내가 못하는 점을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그 지점을 찾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왜'를 찾아야 한다. 그 절실함을 찾아야 절실함을 바탕으로 돈 공부를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왜 사는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찾게 된다.
올해 결혼 18년 차.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던 가계부를 2년 넘게 쓰고 예산과 결산을 진행하고 로드맵을 그리면서 돈 공부를 하게 되었다. 몸을 써서 일하는 내가 새벽 3시 알람이 울리면 꾸역꾸역 일어나 책을 읽고 시간을 관리하고 임장을 다니고 부동산을 공부하고 투자를 시작하고 급기야는 1인 기업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 원동력은 나 자신을 분석함에 있었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가?
어떻게? 무엇으로? 돈 공부를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돈에 대해 모르면 우리는 평생 돈에 대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돈 공부를 해야 하는가?
책을 보고 강의를 듣는 것도 좋지만 일단 나에 대해 제일 잘 알아야 한다. 나를 분석해보고 절실함을 찾아야 돈 공부가 될 수 있고 꾸준히 가져갈 수 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돈 공부를 할 때 비로소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향해 갈 수 있다. 나의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나의 돈이 돈을 벌어오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아들 셋 키우는 일하는 엄마, 아침 10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아가는 마흔의 아줌마가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커피를 내리는 이유. 나 역시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지금도 절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