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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업자 폐업신고 후 알게 된 것

by 마리

"등록면허세를 내라고?"


내 앞으로 온 고지서를 보고 너무 황당했다.






스마트 스토어를 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하고 통신판매업까지 등록했었다.

스마트 스토어 강의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드디어 찾게 된 것 같았다.


집에서 월 백만 원, 아니 삼백만 원까지도 벌 수 있다고 해서 매일 아침 강의를 들으며 희망에 부풀었다. 열심히 강연을 들으면서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스마트 스토어에 올릴 아이템을 검색하고 소싱하는 단계에서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경쟁률이 낮은 제품을 찾기 위해 강의 영상에서 알려준 방식대로 검색을 해보았지만 도대체 어떤 물건을 올려야 할지 막막했다. 온라인 도매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해 보려고도 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팔리지도 않을 제품을 샀다가 집에 쌓아두기만 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들었다. 강사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사려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대신 업체에 직접 연락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업체를 뚫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전화를 걸기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본까지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전화 한 통도 걸지 못했다.






정해진 아이템이 없으니 어딜 전화해야 할지도 막막했고 전화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결국 이후 진행되는 강연은 따라가지 못했다.


모든 것이 거기서 멈춰버렸다.


폐업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백수 신분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사업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것도 진행되는 게 없는데 사업자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편으로 고지서가 날아왔다.


등록면허세를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작년 10월, 사업자 신청하면서 등록면허세를 납부했는데 2월에 또 청구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통신판매업자는 매년 1회 등록면허세를 납부해야 하는 거였다. 12월에 사업자를 신청하고 등록면허세를 냈더라도 다음 해에 다시 내야 하는 거였다.


매출도 하나 없는데 돈을 내야 한다니 왠지 억울했다. 납부를 안 하면 요금이 부과된다고 해서 하는 수없이 바로 입금을 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업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돈까지 내며 들은 강의비도 아까웠다.






며칠 전 결국 사업자 폐지 신청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마트 스토어에 물건을 올리며 파는 건 내 적성과 맞지 않았다. 홈택스와 정부 24에 들어가니 폐업 신청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사업자등록을 한번 해보니 평소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길거리의 수많은 가게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에 입점해있는 수많은 스토어들도 다 대단해 보였다.


누군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아이템을 올렸겠지? 셀러가 되어 혼자 사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비록 사업자는 폐지했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의 성향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 이 또한 언젠가의 좋은 경험으로 남아주길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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