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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사리 순간들
벚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
by
마리
Apr 11. 2021
정확히 거의 1년 만이다.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출근을 하기 전까지 아무 계획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지방으로 여행을 떠났고 집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 콘서트에 다녀왔고 공원에 활짝 핀 벚꽃을 구경했다.
매해 벚꽃이 활짝 피면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었다.
작년에는 이맘때쯤 회사를 나와서 마음이 심란했었고 이쁘게 핀 꽃을 봐도 마음이 심드렁했었다.
화창했던 날씨와는 달리 마음 한편 어딘가가 씁쓸하고 쓸쓸하기만 했다.
꽃이랑 사진을 찍어도 어딘지 모르게 내 표정은 어두웠다.
어디론가 갈 곳이 생겼다는 사실은 막막하기만 했던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였을까? 출근하기 전 하고 싶었던 일중 하나였던 공원에서 산책하기를 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서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이렇게 꽃들이 핀 거지?
공원에 도착하자 여기저기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공원에는 꽃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봄을 온전히 즐긴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봄, 벚꽃, 화창한 날씨를 떠올릴 때마다 이런 것들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봄을 만끽하고 있는데 항상 나만 혼자 남겨진 것 같았다.
다시는 회사에 가지 않을 거라고, 못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취업을 하게 되었다.
다시 조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기회가 왔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활짝 핀 벚꽃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몇 년 만에 이 봄을, 벚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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