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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출근하던 날

by 마리

드디어 내일이 출근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한동안 들지 않았던 출근용 가방을 꺼내 다이어리와 펜을 담았다. 뭘 더 챙겨야 하나 고민하다 치약과 칫솔을 일회용 비닐에 돌돌 싸서 넣었다.


어떤 분위기의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될까?

이직의 경험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일하게 된다는 건 여전히 두려운 일이었다.


걱정과 고민은 뒤로 하고 일찍 잠에 들려고 누웠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빨리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왔다.


불면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 저녁에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막걸리를 마시면 갈증이 없어지고 피곤이 풀렸다. 술이 약한 내 주량은 딱 한잔까지였다.


누워서 뒤척이다 막걸리 생각이 났다. 옷을 갈아입고 막걸리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평소 즐겨 마시던 막걸리가 없어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바나나맛 막걸리를 사보았다.


바나나 막걸리 뚜껑을 열자 달달한 바나나향이 느껴졌다. 바나나맛 막걸리는 정말 맛있었다. 한잔을 마시고 너무 맛있어서 또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조금 더 자도 될 것 같았다. 몸이 너무 무거워서 최대한 누워있을 수 있는 시간까지 버티다가 겨우 일어나 준비를 했다.


출근 첫날, 일찍 도착하려고 했던 계획과는 달리 출근시간 5분 전 겨우 사무실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뛰느라 첫 출근에 대한 긴장감을 다행히 없앨 수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열려있는 문으로 들어가자 누군가 나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에는 담당자님과 그날 함께 입사한 다른 부서의 직원이 앉아있었다.


내 자리에는 명함, 다이어리, 볼펜,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적혀 있는 종이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담당자님은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있을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친절하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책의 제목은 "고수의 질문법"이었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질문을 하라는 상사님이 준비하신 책이라고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입사일에 책 선물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첫날, 사무실에 도착하면 책상에 앉아 눈치를 보며 오전을 보낼 줄 알았다. 규모가 큰 회사도 아니고 경력을 들어가는 거라서 따로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환대"를 받고 기분이 이상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함께 입사한 직원과 대화를 나누니 혼자가 아니라 왠지 마음이 놓였다.






이틀간의 교육이 끝나고 내가 일할 곳의 자리를 배정받았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업무를 시작했다.


아직은 낯설기만 사무실에서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바로 어제 출근한 것 같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앞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분명 괴롭고 힘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기억하자. 회사는 내가 아니고 나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회사 때문에 마음이 힘든 날이 찾아오더라도

나는 여전히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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