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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일주일 후, 팀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by 마리

오전에 일찍 출근을 했는데 팀장님이 벌써 도착해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았다.


얼마 후, 팀장님이 회의실에서 잠깐 보자며 나를 부르셨다.


무슨 일이지? 가슴이 갑자기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노트와 펜을 챙겨 회의실로 들어갔다.


"들어온 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좀 어떤 것 같나요..?"

하시며 며칠 전 보내 준 영업자료를 좀 봤냐고 물어보셨다


"본인이 담당하게 될 지역의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좀 해보셨나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전달해 주신 자료를 자세히 보지 못했고 내가 맡게 될 해외지역을 어떻게 영업을 할지 깊게 고민을

하지도 못했다.



내가 대답을 잘 못하자 자료를 회의실 화면에 띄우시더니

설명해주기 시작하셨다.


나름 경력직으로 들어왔지만 해외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숫자에 약한 나는 내 밑천이 들어 난 것 같아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경력이 많은 팀장님은 이미 나에 대해 다 파악을 하신 것 같았다.


설명을 쭉 하시더니

"내가 마리 씨를 뽑은 이유는 면접을 볼 때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어 보여서였어요... 뭐 아무튼..." 하며

말끝을 흐리셨다


내가 자신감이 있었다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면접 볼 때 사실 많은 걸 내려놓고 대답을 했었는데 그게 자신감이 있어 보였던 걸까?


말끝을 흐리시는 건 지금은 자신이 없어 보인다는 말인가?


팀장님은 이곳에서 배울 것을 다 배우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서 내가 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회의를 마치셨다.





아직 업무도 잘 모르고 낯선 직원들 틈에서 나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질문을 하는 것도 두렵고 나를 표현하는 것도 조심스럽기만 했다.


이런 성격의 내가 "해외영업"을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고 이분이 걱정하셨던 걸까?


시장분석, 매출, 숫자... 이런 것들과 친하지 않은 내가

이 회사에서 정말 바라는 인재일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부족한 내 실력을 파악하고 날 채용한 걸 후회하면 어떡하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안 그래도

나 자신이 작게만 느껴졌는데 회의실에서 나오자 자신감이 더 떨어지고 말았다.





책상 앞에 앉아 메일에 답을 하려는데 오늘따라 옆에 있는 직원이 친절하게 도움을 주었다.


고민만 하고 있던 업무를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마음이 찝찝했지만 전 직장에서 매번 호통만 듣다가 대화로 조언을 해주시니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무거워지지 말자.


면접 때처럼 업무도 가볍게

최선을 다하되 나에 대한 평가도 가볍게 여기자


심각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지금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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