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작정하고 일기장을 펼쳤다.
2024년 1월 3일.
날짜를 또박또박 적으며 기분이 오묘했다.
아니 그럼 도대체 난 몇 살인거지? 내 나이를 믿을 수 없었고 나도 나이를 이렇게 먹어가는 건가, 부정하고 싶지만 인정해야 하는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소셜미디어에 어떤 사람들이 2023년, 후회 없이 달렸고 열심히 살았다,라는 글을 읽으며 정말 그게 가능할까, 의심이 들었다.
나는 열심히 하지 않은 적도 있었고 후회한 적도 많았다.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며, 나 자신을 한없이 코너로 몰기도 했다.
돌아보니 작년에는 정말 많이 돌아다녔던 한 해였다. 특히 도쿄를 다섯 번이나 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반.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닐 때, 왠지 모를 희열을 느꼈다.
파스모카드만 있으면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뚜벅이 여행자에게 도쿄는 최고의 장소였다. 도쿄를 다섯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며 그곳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느끼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정말이지 도쿄는 내 인생 계획에 전혀 없던 곳이었다.
그렇게 자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일본어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은 열망이 활활 불타올랐다.
더웠던 지난여름, 일본어 온라인 스터디에 가입을 했다. 까막눈으로 돌아다니다 조금씩 히라가나를 더듬거리며 읽게 되었을 때, 지하철의 지명이라도 알아볼 수 있게 되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도쿄에서 제일 설렜던 순간이었다.
한 해를 돌아보니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를 하기도 했고, 인간관계, 미래에 대해 고심하며 감정이 왔다 갔단 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뿌듯했던 순간도 있었다. 안 돌아가는 머리를 부여잡고 새로운 언어를 한글자라도 알아가려고 애썼던 그 순간이었다.
매일 10분, 15분이라도 투자해서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다시 알게 되었다. 자기 계발서에서 많이 읽었던 그 뻔한 내용을 몸소 체험하게 될 줄이야.
이런 기분을 계속 가져가고 싶어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멈추지만 말자.
며칠 전, 일본어 온라인 스터디 기초 문법 수업을 다시 신청했다.
2024년 12월에는 일본어 회화를 간단하게나마 할 수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지금은 전혀 상상할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