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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Feb 13. 2024

1.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것

혼자 하는 여행은 아직도 설렌다. 계획에 없던 충동 여행은 더더욱.


어디론가 막연하게 도망치고 싶은 그런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퇴근 후, 운동도 하고 책도 읽으며 마음에 환기를 시키려 노력했지만 이 계획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몸은 움직이기 싫었고 책은 한 줄도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며칠 전에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책은 여전히 같은 페이지로 펼쳐져 있었다.


유난히 흔들림이 많은 지하철에서, 검은색 패딩들의 군중 속에서 내 공간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서있다가 집에 도착하면 아무것도 할 기운이 나지 않았다.


옷도 안 갈아입고 멍하니  유튜브 채널을 돌려보다 옷만 간신히 갈아입고 침대에 몸을 맡겼다. 한참 잠에 들어있다가 문득 훤한 방이 느껴졌다. 아, 불 꺼야 되는데 어떡하지. 하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대로 그냥 눈을 꾹 감고 자다가 새벽녂에야 간신히 몸을 일으켜 불을 껐다.


이런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쿄행 비행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금토일로 2박 3일, 목금토일로 3박 4일 일정으로 날짜를 이리저리 아무리 굴려봐도 왕복티켓값은 거의 40만 원 후반 대였다.


어차피 내가 진짜로 갈 일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검색을 계속해댔다.


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거지, 지금이 여행을 갈 때인가.


마우스를 생각 없이 클릭해 대며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40만 원이면 겨울 내 참고 있었던 괜찮은 코트를 한벌 살 수 있는데. 굳이 도쿄까지 가지 않아도 돼.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더 적은 돈으로 하루 정도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고, 이쁜 카페에 가서 평소에 못 사 먹는 비싸고 달콤한 디저트도 즐길 수 있어. 그래, 그게 더 남는 거겠다, 라며 나 자신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내가 정말 겨울코트를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건지, 아니면 얼마나 맛있는 걸 사 먹고 싶은지, 가 의문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지금 원하는 건 뭐지,라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나는 떠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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