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는 차가웠다.
청소를 하다 분리수거까지 한다고 몇 분 늦게 나왔더니 버스가 떠날까 봐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걸으면 15분 만에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깜깜한 새벽에 나 혼자 길을 나선 줄 알았는데, 저 멀리 걸어가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다들 이 새벽에 어디에 가는 거지?
도로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바깥의 날씨는 바람이 쌩쌩 불어서 추웠다. 도쿄는 한국보다 안 추울 것 같아 패딩조끼를 집에 놓고 온 게 살짝 후회가 되었다.
평소, 이 시간이면 잠에 뒤척이며 이불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텐데 정류장을 목표로 오랜만에 전력질주하며 걷다 보니 등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버스 출발 5분 전에 간신히 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캐리어 가방을 든 사람들이 이미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들, 어디로 떠나는 걸까?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는 만석이었다.
가족끼리, 그리고 커플끼리 타는 사람들 속에서 미리 예약한 1인 좌석에 안전벨트를 매고 앉았다.
좌석은 편안하고 푹신했다.
책가방을 무릎 위에 올리고 등을 뒤로 기댔다.
공항까지는 앞으로 한 시간, 조금이라도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지만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어스름한 하늘이 천천히 밝아져 가는 풍경을 왠지 목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새벽이어서인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날은 밝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오롯이 이 새벽의 감성을 온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나 홀로 떠나는 이 여행의 출발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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