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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pr 02. 2024

내 일상이 다시 빛나길  


회사 근처에 다다르자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비상구 계단 문을 휙 열고 들어갔다. 에라 모르겠다. 하나둘씩 계단을 올랐다. 


사무실은 14층, 올라가다가 힘들면 중간에 엘리베이터 타지 뭐, 하는 심정으로 천천히 계단을 밟았다. 

곧이어 등과 목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5층, 9층, 12층... 그리고 드디어 14층에 도착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내 자리로 왔다. 

헬스를 다니면서 그동안 천국을 계단을 열심히 타서인지 다행히 계단을 오르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몸도 마음도 상쾌했다. 이런 기분을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





2주 동안의 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독일로, 이탈리아로, 그리고 중동의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원래는 출장 다녀온 이야기를 신나게 써 내려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후, 시차가 바뀌면서 체력과 면역력이 뚝 떨어져 버렸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출근을 했고 겨우 퇴근을 했다. 



출장을 가기 전, 돌아와서 도쿄에 벚꽃구경을 갈 거라며 가족과 함께 일본행 티켓까지 끊어놓았다. 시차적응을 하기도 힘든데 일본까지 가는 표까지 사놓다니. 동생이 있을 때 벚꽃구경을 하려고 무리하게 일정을 잡은 게 문제였다. 안 되겠다 싶어서 출근길에 아침에 일찍 문을 여는 병원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이 목이 부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수액을 맞는 게 어떻냐고 하시는데 나는 출근을 해야 했다. 주사를 한대 놔달라고 하고, 항생제가 들어간 약을 며칠 처방받았다. 그렇게 약을 먹으니 좀 괜찮아졌다. 바닥난 체력을 겨우 살려 도쿄로 왔다. 



벚꽃개화시기에 맞춰 왔지만 도쿄의 날씨는 추웠고 추적추적 비가 계속 내렸다. 도대체 벚꽃은 어디에 있다는 거지? 약을 먹고 다행히 몸이 좋아져서 엄마, 아빠, 동생과 맛있는 것도 사 먹으며, 하루에 이만 보 이상을 걸으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3박 4일의 일정이 끝나고 한국에 오자 다시 몸이 슬슬 앓기 시작했다.  


아뿔싸, 그러고 보니 2주 후에 미국을 가야 하는데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토요일 아침에 부랴 부랴 병원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수액을 맞았다. 약도 처방받았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열 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녔던 시간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약기운 때문에 밥을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졌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을 반복하다 보니 생각도 점점 우울해져 갔다. 출장 전, 식단조절과 운동을 하면서 드디어 입게 된 바지 때문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 바지의 단추가 툭 하고 갑자기 떨어져 버렸다. 


갑자기 식욕이 몰려와서 몸보신을 핑계로 이것저것 사 먹었더니 몸무게가 확 늘어버렸다. 


마음속에 허무함이 몰려왔다.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핸드폰 사진첩에는 출장 가서 찍은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 사진들이 너무 보기가 싫었다. 왠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현실의 나는 단추가 떨어진 그대로 그 바지를 입고 출근을 하고 있었다. 


허리가 꽉 쪼여왔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며칠 동안 약을 열심히 챙겨 먹으면서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집에 만만 있다가 혼자 카페에 가서 마음을 채우기도 했다. 


비타민, 마그네슘, 홍삼, 프로폴리스 등 몸에 좋다는 것을 주문해서 계속 먹었다. 


나름 몸에 휴식을 취해줘서 인지 다행히 오늘 아침,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았다. 



출근길, 지하철역에 내리니 이제 곧 피려고 준비 중인 꽃몽우리들이 아침햇살에 빛나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침 날씨도 어제보다 따뜻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내 일상에서 빛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건강한 몸을 가지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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