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57분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트북에 열중하는 사람,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 화면을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방금 내 옆에 있던 분은 나랑 비슷한 사이즈의 노트에 무언가를 집중해서 적고 있었다. 왠지 내적 친밀감이 느껴졌다.
나도 가방을 열고 책과 노트를 꺼냈다. 방금 산 스트로베리 요구르트는 점심 먹고 출출할 때 먹어야지.
그런데 이 요구르트가 4,100원이라니. 3,600원 아니었나? 카페에 오래 있다 갈게 아니어서 차 대한 제일 저렴한 요구르트를 골랐는데 가격을 보고 흠칫했다. 30분만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정말 시간을 돈으로 샀다는 게 느껴졌다.
오전의 스타벅스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노트를 펼치고 분홍색 볼펜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끄적거렸다.
어제 있었던 일, 누구 때문에 기분 나빴던 일, 그래도 누구 때문에 위로받았던 일들을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 보았다.
작은 노트의 반 정도를 채우자 조금씩 머릿속이 명료해졌다. 물론 맘 한구석은 여전히 찜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정리가 되었고, 위로가 돼주었다.
나에게 이런 시간이 참 필요했었구나.
무언가를 공부할 목적도 아니고, 업무를 쳐내야 하는 시간도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이 시간.
좋아하는 책과 노트와 펜,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한적한 카페.
나처럼 생각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잘 괴롭히는 사람에게는 생각을 끄집어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카페를 나와 회사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오랜만에 마음이 후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