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봉현
평소보다 느지막이, 6시쯤 침대에서 일어났다. 커피를 마시며 모닝페이지를 작성하고 일정을 계획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늦게 일어났지만 어김없이 시작된 조용한 하루다. 오늘은 유달리 배가 고파 참지 못하고 사뒀던 나초칩을 먹으면서 하루 계획을 세웠다. 그래도 평범한 일상이다.
며칠 전 봉현 작가님의 책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를 읽었다. 마음의 힘듦을 이겨내고 또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는 작가님의 모습을 눈앞에 생생히 그렸다. 작은 것 하나를 소중히 하고 매일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작가님의 삶은 어쩐지 더욱 굳건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덕분에 이전까지 지루하다고 한 켠에 치워두었던 정돈된 일상을, 어쩌면 조금은 싫어했던 단조로운 일상을 올해 나의 목표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휴직을 앞두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나의 모습은 자유 그 자체였다. 모두가 나에게 말했다. 원하는 곳을 마음껏 여행하고, 원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삶을 지내다 오라고. 너무나 멋있는 말이기도 했고 누구나 꿈꾸는 모습이 나의 이상이라 믿던 시기였기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막상 계획을 세우려고 보니 아니었다. 나는 혼자서 여행을 마음껏 다닐 만큼 외향적인 사람이 되지 못되었다. 오히려 밖에서 대화만 많이 해도 체력을 빼앗기고 마는 집순이에 가까웠다. 결국 여행 일정을 짜다가, 정확히는 숙소를 알아보다 말고 체력이 다해 모든 계획을 멈춰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도 예약을 하는 건지,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성향을 바라보건데 여행을 아예 안 가겠다는 건 아니지만, 집에 있을 날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였다. 우리의 일상에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이 더 많은 것처럼.
책을 다시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마도 대부분 집에서 글을 쓰고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하지 않은 이 대부분의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중한 1년을 되는대로 흘러가게 둘 수는 없었다. 똑같은 일상을 정돈되고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선 자발적 루틴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였다.
봉현 작가님은 아침에는 글을, 저녁에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마침 나도 아침마다 일어나서 글을 쓰고 있던 만큼, 그 루틴을 따라 아침에는 글을 쓰고 저녁에는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보려 한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기엔 다소 단순하고 지루한 계획일 수 있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오히려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완성되어 갈 나의 모습을 볼 생각에 설레기만 하다.
여행의 즐거움과 일상의 단조로움 중 후자를 선택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드문 사람 중 한 명이 나라는 사실이 새롭다. 여행도 친구와의 수다도 모두 좋아하지만, 나만의 시간을 가진 지금 나는 다시 한번 차분하고 정돈된 일상을 가꾸며 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