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모든 일이 그러한지, 애걔 소리가 절로 나오며 얕보다가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끝을 남기고 만다. 우리 딸도 아는 속담인 '식은 죽 먹기'라는 말까지는 아니어도 수월하게 생각했던 일을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나 싶어 술안주로 꺼낸 병렬 독서 중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남은 챕터의 수가 오랫동안 2개였다던가. 저번에도 크림 새우 두 개를 남겼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저녁 대신이니 수월하게 다 먹을 것 같았는데도 두 개를 남기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은 일처럼.
그러니까 맛있게 시작한 한 젓가락이 갑자기 새우껍질도 불편하고 끈적거리는 튀김이 거슬리게 되는 데까지의찰나의 순간은 여전히 나인 것 같은데 구석에 쌓인 취미용품들이나 남겨진 새우튀김 두 개는 무슨 죄란 말인가. 괜스레 감정을 이입해서는 심야의 포장마차에서 술안주가 불쌍하다며 우는 취객의 마음을 이제야 좀 알게 된 것 같다. 그런데도 도저히 남은 두 개는 먹을 수 없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곱게 빈 통에 넣어 놓는다. 사실 언젠가 버려질 확률이 약 80%가 넘고 온전한 마음으로 읽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상한 이유로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여전히 두 개의 챕터를 남겨둘 테다.
이런저런 이유로 항상 두 개를 남긴다. 나는 쉽게 변하거나 아쉬워 끝내지 못한다. 그게 아마 내가 병렬 독서를 하는 이유이고 큰 도전에 망설이는 핑계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