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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니즈발리 Apr 23. 2021

발리의 힌두교,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

두 종교가 어떻게 다를까?

빨간색 섬 발리, 힌두교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이다. 이슬람교, 하면 중동의 사막이나 낙타가 떠오를지 모르나, 이슬람 교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아랍권 국가가 아니라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88퍼센트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다. 숫자로 따지면 2억 명이 넘는다. 이렇게 무슬림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슬람교는 인도네시아의 국교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아랍), 개신교(네덜란드), 가톨릭(포르투갈), 힌두교(인도), 불교(인도)

이렇게 5개 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가 다른 남녀의 혼인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혼인 증명서에 부부의 종교가 기록되기 때문에 결혼을 하려면 누군가 개종을 해야 한다. 같은 인도네시안끼리여도 발리니즈와 무슬림이 결혼하려면 한쪽이 개종해야 하며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개종하긴 어렵다.

우리에게 이슬람교는 여전히 낯선 종교이지만 이슬람교를 떼어놓고 인도네시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이슬람교는 모태 신앙이며 생활 종교이다. 무슬림들은 왼손을 불결한 손으로 여긴다.

이슬람 경전에 오른쪽은 선과 행운, 왼쪽은 악과 불행의 상징으로 언급되어 있다. 음식을 먹을 때나 물건을 주고받을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고 화장실에서 용변을 처리하거나 코를 풀 때처럼 더러운 일에 왼손을 사용한다.

따라서 인사할 때는 물론이고 물건을 건넬 때도 오른손을 내밀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는 중동지역보다 덜 엄격하다. 온건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세속적이다. 무슬림이면서도 기도를 거르거나 술을 입에 대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네시아 공화국 헌법 제2장 29절에는 모든 인도네시아 국민이 본인의 선택에 따라 종교를 가질 수 있고, 종교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상대에게 다른 종교를 전도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발리는 '신들의 섬'이다. 현지인들은 자카르타 근교의 '뿔라우 스리부(천 개의 섬)'에 빗대어 발리를 '뿔라우 스리부 뿌라(천개의 사원이 있는 섬)'라고 부른다. 실제로 발리에는 힌두교 사원이 2만 여 개 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여느 지역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 세계적인 휴양지로 개발된 까닭도 있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기 때문이다. 발리 주민의 93%가 힌두교를 믿게 된 데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인도와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힌두교를 받아들여 왕국이 성립되었고 그 후로 다시 불교도 활성화되어 불교 왕국도 건설되었다. 13세기 초에 이슬람교가 유입되고 15세기에는 이슬람 왕국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힌두교 마자빠힛 왕조가 몰락하여 중부 자바, 동부 자바 지역의 힌두교 승려와 왕족들이 발리로 피신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발리로 이주한 힌두교도들에 의해 발리에는 힌두교가 전파되었다. 발리 서부 지역에 갔을 때 특히 힌두교 사원이 많았는데 그 역사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발리 서부는 동부 자바와 서로 가까이 닿아있어 이주민들이 가장 먼저 터를 잡을 수 있었던 지역이었을거라고 예상된다. 기존의 토착 신앙과 중국에서 전파된 대승불교가 섞여 '발리 힌두교' 라는 독특한 종교로 자리잡았다.


짱구 에코비치, 바다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발리니즈 세레모니

발리 힌두교는 '성스러운 물의 종교' 라고 불리며 인도의 힌두교와는 차이점이 많다. 고유의 힌두교보다 훨씬 현세적이며 정령신앙 같은 애니미즘이 깔려있다. 종교 이론보다는 제물을 바치는 행위나 마을과 사원의 축제에 참여하는 의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에게는 춤, 음악, 회화 같은 예술작업도 신과 소통하고 신을 기쁘게 하는 수단이다.

매일 기도하며 신에게 바치는 제물

발리 사람들은 하루에 세 번 식사하기 전에 신들에게 제물을 바친다. 나무 이파리로 작은 그릇을 만들어 그 속에 꽃, 쌀, 빵, 돈 같은 것들을 넣는다. 그리고 성스러운 물을 뿌리며 제를 올린다. 바닥에 놓는 제물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달라고 나쁜 영혼에게 바치는 것이다. 발리 사람들에게 이러한 의식은 빠뜨릴 수 없는 일상이다.

발리 힌두교는 쇠고기를 성스럽게 여겨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 가족의 문화마다 다를 수 있어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가리지 않고 먹는 사람도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살며 내가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은 바로 "왜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나요?" 였다. 무슬림들에게 물어보면 흔히 이슬람교 계율이라거나 꾸란(이슬람 바이블)에 그렇게 나와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힌두교인은 쇠고기를 먹지 않지만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는 이유가 다르다. 힌두교인은 소를 신성시 하지만, 무슬림은 돼지를 멸시한다. 기원이야 어떻든, 돼지나 소를 먹거나 먹지 않거나 하는 관습은 이미 두 종교의 종교적인 행위중 하나이기에 그것에 대해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2012년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발리의 '수박' 시스템은 발리니즈의 힌두교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었다. 발리는 화산 섬답게 물을 관리하기 쉽지않은 토양인데 이런 섬에서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전통방식이 바로 수박(Subak)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힌두교 사원에서부터 시작되며 자연스럽게 마을의 공동체 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발리니즈들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를 함께 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동, 읍 정도 되는 곳들마다 그 마을을 관리하는 반자르가 있다. 반자르에서 결혼, 장례 등 개인의 일생에 중요한 행사들을 함께 준비하고 모두 모여 의식을 치룬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최대한 예를 갖춰 신들을 대하는 발리 힌두교의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집, 식당, 중요한 기관들 앞을 지키는 석상들을 보면 예쁜 천을 둘러 잘 꾸며두었고 항상 그곳에 차낭을 올려 기도한다.


내가 발리에서 지내는 발리니즈 집인데 집 안에 사원이 있어서 매일 기도를 올리고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온 가족이 다 모여 의식을 치룬다. 내가 밖에 있을 때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서 나가보니 온 우붓 사람들이 다 나온 것 같은 장면을 촬영했는데 다같이 걸어서 템플에 기도하러 다녀오는 행사라고 했다. 저녁 7시 경, 도로에 있는 차들을 막아두고 전통 드레스를 차려입은 온 가족들이 행진을 한다. 어른, 아이, 청년,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다 신나는 얼굴로 걸어가는데 어떤 이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어떤 이들은 머리에 제물을 이고 어떤 이들은 깃발을 들고 간다. 매일매일 기도와 의식, 행사의 연속인 발리의 힌두교를 곁에서 바라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종교이기에 발리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돈 버는 것도 마다하고 기도하러 달려갈 수 있는 것일까. 발리 사람들의 행복한 마음이 담긴 곳이기에 이 곳이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이 글이 나처럼 인도네시아와 발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천 가지 이야기가 있는 나라,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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