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여러모로 전문화와 스킬에 대해 고민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한 쪽에서만 고민하면 참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네트워크 내에서든 밖에서든(사실 정확히 '밖'에 있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일하는 틈틈이 접속해서 글을 쓰는 것은 과연 '오프라인'의 나인가?) 고민은 마찬가지이다.
게임에서 한 확장팩 내내 힐러를 해 보면서 느낀 건, 직장에서 느끼던 스트레스를 게임에서도 받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힐러는 얹혀가다가도 어려울 땐 상당히 어렵고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다가도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지 않으면 오롯이 내 책임으로 파티가 전멸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어서 크게 티도 안나고, 대신 결정적인 실수를 할 수는 있으니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참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갑자기 전혀 다른 걸 선택하면 제대로 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그 사이 다른 친구들이 날 떠나진 않을까(!) 같은 고민을 하며 이리저리 탐색했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남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꼭 같지는 않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게임으로 인해 (내가 원해서 받는) 스트레스를 종식시키기 위해 컴퓨터를 끄면, 이제는 현실의 고민이 나를 덮치곤 했다.
언제까지고 경력 인정도 안되는 파트타임 일을 지속할 것인가. 전문화(?)를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새 스킬을 익히는 것은 어려울 것인가. 특성을 이걸로 바꿔도 되나(?)부터 시작해서
새 레이드....공격대...아니, 새 직장에서 나는 얼마나 '확고'라고 어필해야 하는지도 고민이었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파티를 모을 때 확고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확고가 아니다. 어느 부분이 확고한지는 몰라도 게임 얘기는 아닌 게 분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사실상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확고의 기준이 상당히 명확해서(예를 들면 상위 5%의 데미지를 안정적으로 뽑으면서 실수가 없고 남의 실수를 커버할 정도로 잘 알아야 확고라고 보는 식이다) 현실에서도 잘 한다, 경력이 오래되었다, 잘 안다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내 그런 특징이 게임에서처럼 장해가 되지는 않을까.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늘 내리는 결론은 같다. 어차피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만 문제가 되는 고민들을 그렇게 심각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래도 살아지고 저래도 살아진다. 늘 그래왔고 어떤 선택이든 만족감과 불만은 함께 오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