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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하는양 Dec 08. 2021

코로나 감염관리란..

재택치료자와 병상 미배정자의 답답함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코로나 전담 의사 ㅇㅇㅇ입니다. 오늘 ㅇㅇㅇ님 상태 확인차 연락드렸어요. 본인이실까요?

하루에 이백 통이 넘는 전화를 하는 나의 자기소개이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이게 의미가 있나 싶은 통화들과 너무나 중요한 통화들을 모두 포함한 이 전화들을 하며 수많은 사람과 교감을 하기도 하고 각종 짜증과 민원을 듣기도 하며 일하고 있다.


업무량은 엄청나다는 말로 표현이 모자라다. 처음 며칠은 순진하게 밥이나 라면을 먹겠다고 꺼냈다가 쉴 새 없이 오는 문의 전화 때문에 결국 씹지도 않고 삼켜서 아예 소화제와 밥을 함께 먹었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 통화연결음 가는 동안이나 엑셀 파일에 몇 글자 적는 동안에 한 입 집어먹을 수 있는 종류로 시킨다. 당연한 얘기지만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화장실 갈 시간도 모자라다. 그냥 화장실에서 전화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환자와 보호자들은 짜증 가득이고 더불어 보건소에서까지 본인이 욕설하는 환자를 만났다며 나에게 책임전가 겸 화풀이를 한다. 사실 보건소는 이해가 안 되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의 짜증은 때로는 너무나도 공감이 가서 더 해 줄 말이 없을 정도다.


왜냐면 이 시스템에는 너무나 비합리적인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허점이 생기는 과정은 이렇다.


괴리 1.

1)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저절로 낫는 경증환자의 처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소수의 당일 죽을 수 있는 환자가 중요하다.

2) 하지만 국가에서는 다수 국민의 민원을 무시할 수 없고 그들의 지지를 버릴 수 없다.

3) 사실 증상이 경미할수록 민원은 세게(?) 제기할 수 있다.

4) 결국 목 아픈 사람 열 나는 사람 가게 문 못 열어서 마음 급한 사람 민원 듣는 중에 위중한 사람이 응급처치를 못 받는다.


괴리 2.

1) 경증의 코로나는 사실 '모든' 치료가 일반 감기와 같다.

2) 하지만 그 사실을 널리 알릴수록 소수의 희귀한 케이스들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해진다.

3) 결국 심각하다고 겁은 주나 실제 치료는 종합감기약과 타이레놀로 진행된다.

4) 확인 전화는 죽어라고 하는데 약은 감기약에 타이레놀이니 다들 불안해한다.

5) 설명하느라 통화가 지체될수록 문의는 더 많아진다

6) 모든 핫라인이 마비

7) 응급환자는 전화 거는 곳마다 통화 중이니 연락을 못한다.


괴리 3.

1) 재택치료 병상 미배정자 의료 관련 안내는 민간병원 의사가 담당한다.

2) 행정과 격리 해제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3) 보건소와 구청은 마비되어 모두 병원 안내로 돌린다.

4) 병원은 조회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

5) 환자는 답답하니 하루에 적어도 서너 번은 전화 거는 병원에 행정민원을 제기한다.

6) 병원은 환자와 똑같이 공공기관에 문의해야 한다.

7) 핫라인은 또 마비


괴리 4.

1) 재택치료 확대로 애플리케이션을 깔 줄 모르는 어르신들마저 재택치료로 배정이 되었다.

2) 어플 설명과 어플 사용 민원 제기로 전화를 계속한다.

3)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사용할 줄 모른다(사실 이건 신입 직원들을 시켜도 잘 안 안된다)

4) 산소포화도가 85라고 연락이 온다.

5) 의사 입장 : 85인데 직접 전화를 하셨다고요? 그럴 리가요..

6) 확인 전화(심지어 어플 연동이 되지도 않음)

7) 핫라인 마비


어떤 날은 대다수가 무증상자이거나 미미한 콧물 정도 나시는 분들로 리스트가 채워질 때가 있다. 받는 번호는 수백 번대. 그렇다면 현재 증상도 없거나 경미한 젊고 소통 잘 되는 사람에게 응급 연락처를 개인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줘 놓고 하루에 몇 번씩 그것도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어서 리스트를 작성하며 일부러 업무를 과다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배분도 오전 오후로 나누어져 있는데 오전은 2~3시간, 오후는 5~6시간이나 되니 오전엔 거의 전화가 먹통이다. 이런 식의 수많은 전화를 돌리는 것보다 오히려 위중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병상 미배정자에게 전화를 받도록 핫라인을 정말 핫라인으로 쓰는 것이 말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행정담당용이 아닌 번호임을 확실하게 안내하고 그에 관해서는 의료상담이 끝나면 전화를 무조건 끊도록 명문화하고 코로나 비관련 안내 서류작성 물건 대신 사다 달라는 등의 민원제기를 금지해야 한다. 119에 전화 걸어서 소방서 건물 색상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고 하는 식의 전화는 누구나 안 하는 게 상식이듯이.


코로나(COVID-19)의 치료와 방역이 그토록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위중한 환자들 케어 때문인데 다수의 상기도 증상 환자들 때문에 그분들이 조치도 못 받고 며칠씩 이송을 못 받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일반 행정과 민원처리가 아닌 응급 의료체계로 전환되길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일까?


++많이 받는 질문(궁금할 수밖에 없는)

Q) 약을 따로 처방받아야 하나요?


증상에 대한 치료(대증치료)가 원칙이기에 집에 있는 상비약, 도착한 키트에 있는 종합감기약, 소염진통제 모두 사용 가능하며 많은 경우 처방약과 상비약이 성분명에서는 대동소이합니다. 증상에 맞게 복용하시면 따로 처방받지 않아도 돼요.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을 경우 약국에 갈 수 있는 보호자가 없을 시 순차 배송이 되므로 다음날 오후 늦게, 혹은 그 후에 배송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Q) 격리해제일은 언제인가요?


재택치료 해제일은 의료진이 결정하지만 자가격리해제예정일은 보건소에서 정해 줍니다.  의료진이 결정한다는 얘기는 연장 여부(해제 승인)를 결정한다는 얘기예요. 일반적으로 10일이라고 해도 증상 시작일과 거주 가족 확진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그에 더해 격리자의 경우 예방접종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공문이 오면 또 달라집니다.  조사가 끝나면 의료진 보건소 모두 일자를 알게 되지만 그전까지는 역학조사 끝나는 시점, 예정일이 정해지는 시점을 기다려야 해요.


Q) 격리 해제되면 검사는 언제 받나요? 직장에 출근하기 위한 절차가 있을까요?


격리 해제 시 검사는 하지 않아요. 하지 않는  있답니다. 무증상에 음성이면 제일 확실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두 세 달까지도 양성은 나올 수 있어요. 그러나 전염성이나 병원성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린이집, 학교, 직장에서 별도의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요. 음성 확인서를 갈음할 수 있는 격리해제확인서를 보건소에서 발급받으셔서 쓰시면 됩니다.


Q) 접종 미완료자입니다. 기본접종이나 추가접종(부스터샷)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기본 접종은 하는 것이 좋겠으나 추가접종은 완전히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추이와 앞으로의 가이드라인을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돌파 감염이 3차 접종과 같이 면역력을 향상할 것으로는 보이나, 코로나 확진자들 역시 무증상에서 위중증까지 다양한 양태를 보이듯 항체형성도도 들쭉날쭉하지 않을까 싶네요.


Q) 치료기간 중에 기존에 먹던 약이 다 떨어졌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본인부담금은 있지만 코로나 재택치료 협력병원에서 처방 가능합니다.  격리중이지 않은 보호자가 없으면 보건소에서 순차 배송할 거예요.


Q) 어떤 상황이 응급상황인가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나요? 


해열이 되지 않는 39~40도의 고열, 단어를 이어서 말하지 못하는 호흡곤란, 의식 떨어짐 등이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확인되면 바로 이송신청에 들어가고 코로나 확진자 이송병원이 연결되면 바로 이송을 하게 됩니다.


Q) 어디서 전화가 오는 건가요? 다 받아야 하나요? 


보건소, 협력병원, 생활치료소 등에서 전화가 옵니다. 개인 핸드폰 번호로 보이더라도 격리기간 중에는 꼭 받아 주셔야 해요.


Q) 저는 숨이 안 찬데 산소포화도가 94입니다. 아무리 재도 이렇게 나오는데 문제 있는 건가요?


증상이 없는데 산소포화도가 95 미만이라면 1) 잘못 잰 경우(움직이거나 말하거나 접촉불량) 2) 손이 차거나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경우 3) 기계 오류일 거예요. 가끔 87이라고 전화 오는데 사실 그게 제대로 된 측정인 경우 의식이 없었을 겁니다. 기계 오류로 확인되면 보건소에서 확인하여 기계 교체 등을 하게 될 거예요. 증상이 더 중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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