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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즌졍 Mar 26. 2020

내가 산 주식만 떨어지는 이유

[Essay] 손이 머리 말을 안 들어서 그렇습니다. 알면 뭐해.

사실 아직 너무 주식 꼬꼬마라서 이런 글을 쓰는 게 매우 우습다. 뭐 난 원래 우스우니까. 그냥 써야지. 키득키득.


그니까 고란 기자님은 듣똑라에서 말씀하셨다. 테마주는 하는 게 아니라고. 근데 어피티의 효라클님은 테마주를 계속 알려주신다. 고란 기자님 얘기는 한번 들었는데, 효라클님 뉴스레터는 맨날 오니까. 아니 뭐 당연히 그거 때문만은 아니겠지. 그냥 내가 용돈 벌이로 돈 좀 벌었다고 테마주에 재미 들려서 그렇다.


"돈은 통장에 차곡차곡" 쌓는 거 아니냐고 말해서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들기도 했다.


첫 직장이 핀테크 회사였다. 대학생 때 인턴 했던 곳이었는데, 그때 주식이랑 채권이랑 펀드, ETF, MMF 이런 거 좀 알게 됐다. 다 같이 나쵸칩 먹으면서 영화 '빅쇼트'를 보기도 했고, "돈은 통장에 차곡차곡" 쌓는 거 아니냐고 말해서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들기도 했다. 근데 사실 그러고 나서도 몇 년 동안 나는 계속 궁금했다. 돈은 통장에 차곡차곡이 아니면 뭔데? 응? 뭔데에에에에!!


졸업하고 나서의 첫 직장은 블록체인 회사였다. 그때가 딱 마침 비트코인이 빵 빵 빵 떴을 때였고, 비트코인이 뭔지 한참 난리 나고 난 뒤에서야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핀테크 회사에서 알게 된 디자이너의 추천으로 별 어려움 없이 취직했다.


당연히 코인 알아야 일 하니까 샀다. 쬐애끄음. 하필이면 내가 그냥 샀을 때가 한참 장이 좋았을 때여서 며칠 만에 두배가 올랐다. 근데 안 팔았다. 코인은 원래 막 한 천배쯤 뛰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멍청했지. 내가 두배 됐다니까 엄마도 사고, 나도 더 사고했는데, 폭락했고, 물론 나중에 폭등했지만 그땐 이미 내가 퇴사와 함께 전부 팔았을 때였다. 회사 다니던 중에는 일 때문에 각종 코인을 깨작깨작 샀지만, 단 한 번도 벌어본 적은 없었다.


코인은 원래 막 한 천배쯤 뛰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도 그랬던 거 같다. 머리로는 아는데, 손이 안 따라줬다. 지금 사면되는데, 지금 사면되는 거 아는데, 못 산다. 원래 다 그런 거다. 그거 알고 샀으면 지금 이러고 안 있지. 코로나고 나발이고 전세기 타고 세계일주 하고 있겠지. 안 그래? 음... 이건 좀 아닌 거 같긴 하지만, 뭐 암튼 대충 부자 됐을 거라고.


작년부터 구독하기 시작한 어피티를 맨날 보다 보니, 투자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회사 다니는 동안에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그냥 그거 신경 쓸 머리가 없었다. 이걸 때려치워 말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주식 생각까지 했으면, 거품 물고 쓰러졌을 거야...


매일 이렇게만 하면, 굶어 죽지는 않겠네...!!!


백수 되면서 얼마 벌어놓지도 못한 돈으로 1년 동안 살아남아 보려고 엑셀 돌리면서 겸사겸사 투자 계획도 좀 세웠다. 그러고는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주식시장으로.


원래 처음에 시작하는 사람은 좀 운 좋은 거 다들 알지 않나. 그래서 코로나 터지기 전까진 꽤 용돈벌이 좀 했다. 애초에 원금이 크지도 않았고 타고난 쫄보라 쪼금만 벌어도 빨리빨리 팔아버렸기 때문에, 딱 하루 용돈 정도 씩 벌었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 매일 이렇게만 하면, 굶어 죽지는 않겠네...!!!


큰 맘먹고 장기 투자로 산 애플 주식도 아주 그냥 효녀 노릇 톡톡히 하면서 매일 쭉쭉 올라서 동네방네 소문도 내고 다녔다. 여러분- 우리 애플이가 오늘 또 올랐어요- 여러분도 애플 사세요 얼른- 다들 그때 안 사줘서 정말 감사하다. 지금 내 애플 주식? 좀 올랐다. 원래는 -25%였는데 요즘 -20% 됐다. 헤헤.


아니 백수라서 코로나로부터 이렇게 안전할 수가 없을 수가 없는데, 뇌가 코로나에 걸렸나... 플랭크 5분 못하게 된 건 그래 뭐 그렇다고 쳐. 아니 왜 자꾸 주식을 제-일 비쌀 때 사서 제-일 쌀 때 파냐고...오...오...!!! 엉엉... 결국 하루하루 쪼금쪼금 깨작깨작 벌었던 내 용돈들... 다 잃었다... 하...


얼마를 버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1원 한 푼도 잃지 말자.


고란 기자님 말 무시하고 테마주에 뛰어들면서 세운 원칙이 딱 하나 있었다. 얼마를 버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1원 한 푼도 잃지 말자. 개뿔. 널뛰기하고 있는 차트를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다가, 자꾸 오른다 오른다 싶으면 사야 돼 사야 돼...! 하다가 제일 비싼 가격에 덜컥 사버리고, 자꾸 떨어진다 떨어진다 싶으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돼 팔아야 돼...! 하다가 제일 싼 가격에 덜컥 팔아버린다.


그래서 멈췄다. 이럴 땐, 멈춰야 해.


워렌 버핏 스앵님이 그러셨다고 하신다. 어피티에서 알려주셨는데, “남들이 탐욕을 보일 때 너는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너는 탐욕을 보여야 한다” 안다. 안다고...! 나도 안다고요... 엉엉. 저번 주 금요일인가 암튼 국내 주식이 전부 막 10% 이상씩 떨어진 날이 있었은데, 그날 장 마감하기 5분 전에 쳐다보고 있다가 생각했다. 오늘 사야 한다. 월요일에 장 열리면 백퍼 오른다. 아무거나 사도 오른다. 그니까 아무거나 사자... 안 샀다. 원래 인간은 못 산다. 워렌 버핏이니까 사는 거다. 워렌 버핏? 인간 아니다. 신이다.


숨 좀 고르고 다시 해봐야지. 워렌 버핏 스앵님 말 가슴에 잘 새기고. 꼬꼬마 주제에 너무 욕심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저 일단 당장 수익이 없어서요. 뭐든 열심히 해서 일단 몸 값 높은 사람부터 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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