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독일 유학을 선택했을까
나는 조정 엘리트 선수 출신이자 지도자이다. 지금은 전문체육이라고 불리는 엘리트 체육 생태계에선 그 특성상 경기결과 즉, 성적이 중요하다. 선수들은 그들의 능력을 대회 성적에 따라 연봉으로 보상받는 것이다.
종목이 프로든 실업(아마)이든 본질은 같다. 이같이 경기결과를 중요시하는 엘리트 경기인으로 살아오던 내게는 막연한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왜 한국조정은 국제무대에 약할까?"
그렇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조정이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간간히 입상 소식을 전할뿐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게임 같이 큰 무대에선 여전히 변방에 머무르고 있다(한국에서 조정이 비인기 종목으로 인식되는 시간도 이와 더불어 비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원인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내게 한 선배 지도자가 말했다.
"서양 선수들 체격을 봐라"
"......"
내 궁금증을 충족시키기 부족한 답이었다. 과연 이유가 그것뿐일까? 정말 체격의 차이가 그 원인이라면 아시아 주변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어떻게 성과를 내고 있을까? 그리고 피지컬이라면 중동 국가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운데, 그들은 왜 성적이 미미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도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좋은 선수들은 왜 국내용으로만 머물까?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마치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있는 걸까? 우리에게 부족한 건 뭘까? 결국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게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최소한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라도.
급기야 이 질문은 막 서른에 접어든 내 인생에 유학이라는 커다란 변곡선을 안겼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기꺼이 고향을 떠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을 용기를 내게 했고, 유학 준비라는 값진 시간과 경험을 거름 삼아
2014년 11월 13일 마침내 나 자신에게 독일행 비행기 티켓을 선물했다.
이후 베를린에 1년을 머무는 동안 포츠담대학교의 그라나셔(Prof. Dr. Urs Granacher) 교수의 소개로
다른 지역의 한 교수를 소개받았는데, 바로 함부르크대학교의 클라우스 마테스 교수(Prof. Dr. Klaus Mattes)였다. 이렇게 지도교수로 인연을 맺은 마테스 교수는 운동&트레이닝과학 분야 권위자로 특히, 조정 경기력 및 기술(테크닉)과 관련해 독일조정연맹과 협업하며 당시 20년 가까이 국가대표팀 경기력 향상 연구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이끄는 연구팀에 합류했고 드디어 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한 기회를 얻었다.
독일 조정 국가대표팀 경기력 진단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연구팀은 매년 독일 대표팀 트레이닝캠프에 참여해 대표팀의 수상 경기력을 진단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나를 현장 실험에 투입했다.
2020년 2월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비록 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당시 독일에서 보고, 느끼고, 배웠던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의 답을 한 겹 한 겹 글로 풀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