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S2012
2015년 10월 함부르크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독일 조정과 마주했다. 이곳에서 지도교수 클라우스 마테스 교수(Prof. Dr. Klaus Mattes)가 이끄는 조정 연구팀에 합류해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마테스 교수는 당시 독일연방스포츠과학연구소(BISp)의 지원을 받아 스포츠기기개발연구소인 FES(Institut für Forschung und Entwicklung von Sportgeräten)와 협력, 수상에서 조정 경기력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독일 조정 대표팀 훈련을 지원하고 있었다.
여러 경기력 진단 기기들 가운데 MMS2012 시스템은 그림 2처럼 조정 경기정 내에 작용하는 여러 운동 정보들을 측정한다.
수상훈련 경기정에 설치된 시스템 장비는 경기정의 속도와 가속도와 더불어 선수가 노, 오어락, 풋 스트레쳐(신발)에 전달하는 힘과 속도, 스트로크 범주 등의 운동학적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되는 정보들은 실시간으로 노트북에 전송되며, 동시에 그래프로 확인도 가능하다. 그림2에서 진행된 실험은 수상에서 측풍을 받으며 경기정이 나아갈 때 이에 대응해 나타나는 운동학적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실험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책에서만 보던 조정 경기력 진단 시스템을 실제로 처음 접하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이러한 진단 시스템을 접하기 어렵다. 접하기는커녕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런 데이터들을 측정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엔 이런 게 실제 하는지도 몰랐으니까.
현재 수상에서 직접 경기력 데이터 측정이 가능한 국가는 독일과 영국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올림픽경기에서 가장 많은 메달 수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가 이 둘이다. 우연일까? 미국이나 다른 몇몇 국가들도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제한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혹은 단발성 실험으로 그친 게 대부분이었다. 또한, 무엇보다 이러한 진단시스템이 실제 훈련에 적용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독일과 영국은 이를 적절하게 실행하면서 학문과 실제의 괴리를 좁히고 있었다.
독일의 경기력 진단 시스템은 이미 2000년대부터 실제 훈련을 투입되어 관련 데이터를 쌓아왔다. 이런 DB는 연구팀이 매년 대표팀 트레이닝캠프에서 축적함과 동시에 선발된 선수들에겐 최상의 테크닉과 지도자들에겐 최적의 포지셔닝을 구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나로서는 이 시스템이 참 인상깊은(혹은 무서운) 이유는 독일 내에서 가리고 가려서 선발된 대표팀 선수들을 MMS2012 시스템이 또 한 번 멱살 잡고 한 레벨을 끌어올린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 지원에 대해 성적으로 부응한다 - U19 세계조정선구권대회 종합우승 10연패.
독일 조정이 유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은 감히 운 따위가 비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