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글을 쓰고 싶었다. 집에만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아무런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이상 모른채 하기 싫었다. '멈춰있는' 사진에 별 관심이 없던 나지만 그 사진을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로 이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중고로 카메라를 구입했다. 얼마나 사용하다 버려질지는 나도 모른다. 욕심만 앞선 채 흐지부지 된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큰 기대감은 들지 않는다. 그치만 글을 쓸 동기가 생긴 것은 확실하다. 인스타그램에 하나씩 기록하고 있지만 때로는 내 생각의 강이 깊어져 긴 글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좀 더 조용하고 깊은 공간인 브런치를 이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거진을 만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그것을 붙들고 싶을 때 우린 여러가지 수단을 활용한다. 그 중 카메라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한 번의 클릭처럼 단순하며 그에 따라 그 순간을 담는다는 건 어쩌면 매우 가벼운 행위에 속한다. 내가 느꼈던 거대한 감정이 가벼운 행위의 셔터에 담긴다는 게 오히려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래서 사진에 대한 흥미도가 없었다. 그치만 회상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그 때의 느낌을 잘 느끼게 해주는 건 '말로 설명된 그림'보다 사진 한 장의 효과가 더 크다.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기 전까지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표현할 줄은 알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소유할까'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사진을 찍는 행위, 글을 쓰는 행위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난 그 중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를 시도하고 있고 더 나아가 그 때의 순간을 소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진 인화를 하고 있다.
찍기 위한 목적보다는 여행하기 위한 동기로 시작한 도구가 어떤 싹을 틔울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