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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아킴 Aug 18. 2021

식물에 투영되는 내 모습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식물에 관심 없던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우리 집에는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여태까지 물 한 번 준 적이 없을 만큼 눈길이 가지 않았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에 흥미가 없었던 것이다. 자연을 정말 좋아하지만 자연경관의 전체를 좋아했지, 그 속에 있는 나무나 풀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문 앞, 길게 솟은 이파리들이 거의 죽을랑 말랑 폴싹 내려앉은 식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다 죽어가는 듯한 생김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정수기로 향했다. 물을 한가득 주면 죽을까 봐 대충 적당량을 받아 그 식물에게 물을 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거실에 나와 밥을 먹으며 창밖을 보는데 어라라? 어제는 다 죽어가던 식물이 파릇파릇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거기서부터였다. 작은 생명의 안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때가. 처음엔 내 작은 관심으로 인해 생명력이 생긴 식물을 보며 자연의 신비에 놀랐었다. 물을 주고 몇 시간 후면 축 늘어졌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쌩쌩하게 일어서 있었다. 그렇게 2~3일 간격으로 잊지 않고 물을 줬다. 짱짱하게 핀 잎과 곧게 슨 줄기를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나에게도 힘내라는 에너지를 주는 것만 같았다.





'너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구나'

물을 주는 주기가 잡히면서 의도치 않게 식물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틀 정도는 쌩쌩하게 있던 식물이 삼일 째 되던 날 에너지가 방전된 것 마냥 축 늘어져 있다. 여기서 '물'이라는 에너지원이 그에게 활력을 북돋아주는 수단이 된다. 그럼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피어오른다.


 팽팽 돌아가던 팽이가 맥없이 멈추듯  리듬의 패턴 또한 2~3 정도의 주기로 꽤나 단기적이다. 나의 이러한 패턴을 파악하지 했을 때는 에너지 방전 주기와 함께 자괴감 주기도 찾아왔다. 그리고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의지를 탓하곤 했다.






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모든 일에 완벽한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리고 완전한 정답 또한 없다. 나 자신을 괴롭게 하는 시기를 보내며 난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무작정 부정하며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이런 나를 긍정하며 수용해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라는 태도로 나 자신을 내려놓고 난 후에는 '그럼 이런 나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나에게 알맞은 주기와 패턴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2. 내 템포에 맞춰 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었다.


나를 알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점에 있다. 인터넷에 퍼져있는 여러 가지 글들, 자기 계발서에 만연한 공식들이 내 템포와 맞지 않다면 그것들은 나에게 괴로움만 줄 뿐이다. 우린 모두 다르다. 그런 것들을 따라 하려고 노력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그것을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의 반려식물 일기 끝 ~ ƪ( ˘ ⌣˘ )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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