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환경에서 치열하게 살아남는 방법
매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는 살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특별히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살아왔다. 처한 현실이나 맞닥뜨리게 되는 장벽들에 맞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빠른 해답을 찾고 순발력을 보이는 것, 빠르게 적응해서 시간 소모를 줄이는 모습이 그저 무인도에 혼자 남게 되어도 어떻게든 살아남고 한 발 더 나아가 그곳에서 '잘' 살 것 같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살아온 것 같다. 이번 주제는 지난 11년의 미국 생활과 그 안의 '나'를 다시금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없었고, 미국이 지구본 어디쯤에 위치한 나라인지도 잘 몰랐던 내가 이렇게 길다면 긴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게 될 것이라고는 사실 생각지 못하고 살았었다. 내 주변, 심지어는 내 가족들도 이런 내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내 삶은 완전한 예상 밖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군대 다녀오고 정신 차려서 대학교 때 장학금 받으면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특별히 영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미국 문화에 대해 배워보려 노력하지 않았던 사람의 미국 적응기는 실로 쉽지 않은 크나 큰 도전이었고, 개인적으로는 뼈를 깎는 아픔처럼 괴롭고 고단하며 외로운 삶을 지내오곤 했다. 굳이 내가 어떻게 적응할 수 있었을지를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 민속촌을 방문했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그때 당시에 민속촌에 가면 외국인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그저 다른 생김새 때문에 나는 그들을 연예인으로 생각을 했었는지 수첩을 들고 보이는 외국인들마다 수첩과 펜을 내밀며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창피함이고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참으로 난감한 모습일 테지만, 그 모습 안에서 내가 미국에 정착하고 지금껏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인 '자신감'을 찾아볼 수 있다.
<나답게 사는 법, 나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하나로 모든 것이 다 설명되는 것 같다
사실 유학생으로 시작해서 글로벌 기업의 식음료 사업부장이자 개인 비즈니스의 CEO로 미국 생활에 다 적응하고 나서 돌이켜보면 미국 유학, 생활, 취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이자 무기는 어디에서도, 내가 부족하더라도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비결이었던 것 같다. 체격, 문화, 언어, 생활 등 나는 이곳에서 인정하기 싫지만 그 어느 것도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 비하면 나은 것을 찾기 힘들었던 속칭 '마이너'의 삶을 살고 있었다. 남들은 부모님과 사는 집, 물려받은 집, 훨씬 저렴한 학비, 자유로운 취업이나 파트타임 등을 통해 많은 비용을 절약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 그리고 그들은 살면서 전혀 신경쓸 필요도 이유도 없는, 외국인이라는 신분 문제를 때문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탈탈 털어야 유지되는 생활과 비자, 영주권 취득 등을 위한 비용 지출 등으로 어려운 삶을 살다 보니 오기도 생기고 무엇인가 역전시켜 버리고 싶은 투지도 불타오르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선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어렵고 힘든 역경을 해쳐 나갈 때마다 세상 그 누구보다 더 수고했노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칭찬할 줄 알아야 동기부여를 얻고 그다음을 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살면서 '나'에 대해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낯선 나라, 낯선 땅에 와서야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나를 들여다보고 철두철미하게 전략을 세우고 독해지려고 노력 해온 것이다.
그런 힘든 삶의 과정과 외로운 타지 생활이 후회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갔다면 내 인생이 어땠을까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하곤 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나는 나와 마주 보고 있는 아내에게 넌지시 '우리 한국 가서 살까'를 물었다. 2020년 들어서 혼란스러운 미국을 경험하게 되면서 우리 둘은 이러한 대화를 이전보다 훨씬 더 자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결론은 언제나 같았다.
우리에겐 아직 도전해야 할, 우리가 이뤄야 할 목표와 소위 '끝장'을 보고 싶은 투지가 강하기에 이 악물고 버티며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결론을 짓곤 한다.
가족에 대한 슬픈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펑펑 흘리는 아내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우리는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들을 멀리하고 단순히 우리의 꿈만을 좇아 이곳에서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가 미국에서의 힘든 삶과 도전을 후회하는 순간이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우리의 여정보다, 우리의 여정을 지구 반대편에서 늘 노심초사 걱정하며 응원하는 서로의 가족이 후회 그 자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미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끝이 보이지 않는 우리의 목표를 향해 힘을 내어 달릴 수 있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언젠가 이루고 말 것이라는, 그래서 그때가 되면 여태껏 보이지 못한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현하겠노라고 다짐하고 호언장담하는 '자신감'이 원천이 되는 것 같다.
근거도, 확신도 없는 자신감이지만 그것마저도 없다면 우리는 앞서 말한 후회에 무릎을 꿇고 늘 절망과 좌절 속에 그저 그런 어중간한 업적만 남기고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왔을 것이다. 눈물이 많았던 나는 어느덧 매우 슬픈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 영상을 봐도 시큰한 가슴을 억누르는 기술이 생겼고, 늘 내가 여기서 무너져서 눈물을 한 방울 흘린다면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은 나보다 더 많은 두, 세 방울의 눈물을 흘리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더 독하게 나를 밀어붙이게 되었고,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에도 역시 나에 대한, 그리고 이곳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버텼던 내 지난날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를 <나답게 사는 법, 나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외국인으로 이곳에 와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고 철두철미하게 살아남았던 것은 결국 '자신감'이라고 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발음이 안 좋아서 교수나 토론을 진행하는 상대편 학생들이 인상 쓰며 못 알아듣겠다는 듯 열 받게 만드는 제스처를 취할 때도, 자동차 딜러쉽에서 크레딧이 없는 나를 뭘 믿고 차를 팔겠냐며 나더러 너는 미국에선 유령 같은 존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부당한 청구서들을 받아 들었을 때도, 미국 회사에서 같은 직급이지만 나를 하대하던 질 나쁜 동료를 제치고 승진을 했을 때도,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이 엎어져서 모든 미국인 동료와 경쟁적으로 옮겨야 할 부서를 찾아야 했을 때도, 나는 그 어느 순간에도, 그 누구에게도 기죽고 꼬리 내리고 포기한 적이 없었다. 역시 그 배경에도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었고, 그마저도 없다면 나는 그들의 먹잇감이 되어 사정없이 물어 뜯기고 만신창이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처절했지만, 그리고 비참했지만 살아남고자 나 스스로 더욱 강해져야만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한국에서도 꽤나 묵묵히 열심히 도전하고 달려 나가던 청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틈틈이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분야에서 파트타임 경력을 쌓고,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서 장학금을 타기 위해 전공 서적을 달달 외우기도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1년 넘게 일할 땐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니고 열심히 하면서 구두를 다섯 켤레나 바꾼 적도 있었다. 지금 매우 인기가 좋은 에버랜드에서 파트타임 일에 지원을 할 때도 면접을 보기 위해 남들 모두 편하게 입고 오는 파트타임 면접임에도 무더운 여름 정장을 갖춰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면접장에 갔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고, 내가 미국에 와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그렇게 치열하게 생활 해오던 삶의 순간들이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나의 여정과 삶을 모르는 사람이 나를 바라본다면, 집에 돈이 많아서 미국에 석사 유학을 가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해서 뉴욕으로 취업을 해서 쭉쭉 성장하고 많은 경험을 쌓고, 정말 가고 싶던 회사 2곳에 모두 취업에 성공했으며, 개인 사업도 성공적으로 론칭해서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나누는 작가이자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그저 술술 잘 풀리는 사람으로 보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사실 나는 부모님께 사정사정해서 내 결혼 자금, 부모님 노후 자금, 각 종 보험과 적금을 다 깨서 미국 유학에 부모님의 돈을 모두 털어버린 불효자, 외국인 신분이라 노동허가서가 필요했지만 우체국의 분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합법적인 신분 유지를 위해 미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를 선택해서 오도 가도 못하며 이 악물고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하지만 그 안에서 긍정적으로 이것저것 배우려고 치열하게 살았던 직장인, 꿈에 그리던 글로벌 회사에 갔지만 좌충우돌 문화와 충돌하며 적응하느라 꽤나 고생한 직장인, 그리고 사업 자금이 부족해 아내와 퇴근하면 새벽까지 잠 안 자고 회사 설립과 제품 준비, 홍보물 촬영과 편집을 하고 창고에서 직접 허리 보호대를 차고 낑낑대며 아직도 직접 물건을 함께 나르는 사장, 그리고 퇴근하면 관련된 수입은 하나도 없지만 직접 촬영부터 편집까지 거북이 목을 하고 모니터에 앉아 엄청나게 긴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글을 쓰는 작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감사하고 지치지 않고 오늘처럼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이자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바로 그 지난날의 나에 대한,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역경들을 멋지게 극복해내고 새로운 나를 계속 만들어갈 나만의 '자신감'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각자의 꿈을 찾아 따뜻한 조국을 떠나 치열하게 고생하고 도전하는, 그렇지만 여러 가지 분위기로 정작 조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나라에서도 쉽지 않은 삶을 풀어나가는 나 같은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꼭 힘을 내고 자신감을 가지시라는 말씀을 전해드리며 이번 글을 마친다.
오늘도 시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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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