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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Kim Jul 31. 2024

어린이 사물놀이의 여정 (2)

'그렇다. 천국과 지옥은 한 몸인 것이다.'

  어린이 사물놀이는 생각보다 잘 나가고 있다. 진심과 열정을 다하여 이끌고 있고, 아이들도 회를 거듭할수록 사물놀이에 대한 애정이 솟구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지역사회의 축제에 아이들이 3번이나 공연을 하면서 점점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나는 3년 전부터 우리 지역에서 꾸준히 봉사를 하고 있는데, 봉사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또 그때 만났던 분들이 다시 연락을 주셔서, 그분들이 만든 모임에 초대되어 다시 활동을 하는 중이다.


  올해 4월에 그분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게 됐다. 그때 어떤 선생님"어머! 사물놀이에 쌍둥이 엄마였어요? 쌍둥이 엄마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했어. 애들이 리듬을 타면서 치는데 진짜 잘하더라~ 여기서 만나네! 반가워요"라는 인사를 하셨다.


  솔직히 지역의 어디를 가던 만나는 분들 중 꼭 한분씩은 "어머? 어린이 사물놀이 이끄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쌍둥이 엄마?? 구청에 가면 애들 공연하는 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는 거 알지요?"라는 얘기를 하신다.


  어린이 사물놀이가 진정한 블루오션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K-wave가 강타한 요즘 세상에 어린이 사물놀이를 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니. 바로 이때,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에 우리 아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ㅎㅎ


  아이들이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일취월장하며, 사물놀이에 대한 애정도 또한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을 때 즈음, 선생님께서 나에게 조용히 말씀하셨다.


  "어머니 애들이 생각보다 훨씬 잘하네요. 올해 대회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작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쌤~ 우리 애들 대회에 한번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왕 하는 거 아이들의 자긍심을 더 올릴 수 있도록, 떨어져도 좋으니 대회에 한번 나가요!"라고 읍소를 했었는데 그때마다 대답 한번 하지 않던 선생님이, 먼저 제안을 하신 것이다.





  자, 여기까지는 천국이다. 그런데 곧 지옥으로 장면이 바뀐다. ㅠㅜ





  우선 첫 공연이 있기 딱 2주 전부터 분란이 시작됐다. 공연하기 전에 아이들의 실력이 너무 부족했기에 한번 더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나는  그룹의 대표로 10명의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많은 아이들이 참석할 수 있는 날로 수업을 정하기 위해 개개인에 전화를 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때 한 어머니께서 딱 이날이 아니면 연습을 못하니, 무조건 자기가 원하는 날로 하자며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엄마들이 너무 이기적이게 자기 자식만 생각한다며... 잉? 그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거든 차라리 다 같이 연습을 하지 말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분노의 샤우팅에 너무 당황하여 바보멍청이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머니 다들 중요한 학원을 빠지고 수업에 참석하려는 겁니다.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 따님이 빠질 수 없는 학원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 날짜만 고집하는 건가요? 초 고학년 아이들도 수학학원 국어학원을 빠지고 연습을 하려는 것인데, 도대체 누가 이기적인 건지 묻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어야 했다. 자려고 누울 때마다, 이 말이 귀와 가슴에서 맴돌아 3주가 넘게 잠을 자지 못했다....


  결국 지인찬스를 이용해, 그녀가 원하는 날 수업이 가능한 장소를 찾아냈다... 약간의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녀가 원했던 날이 휴일이었기에 모든 관공서가 쉬어, 연습이 가능한 장소의 대실이 불가했었다.


  여기저기 문의해도 안된다 하여, 다리 밑, 근처 공원까지도 알아봤는데, 사물놀이 수업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아예 없었더랬다. 이것도 다 나 혼자 알아봤다는 거 ㅜㅜ 


  연습 장소를 구할 수 없어 결국 평일에 수업을 하자는 이야기를 했던 차에 그녀가 전화를  후 저리 소리를 지른 것이다. 어쨌든 그녀가 원하는 휴일에 무사히 수업을 마친 후, 우리의 첫 공연은 성황리에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첫 공연 때 이미 마음이 틀어진 그녀는 지속적으로 나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예를 들면, 두 번째 공연 날 어머니들이 있는 단체톡에 메시지를 올리면 "너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거 안 보여? 니가 쓴 거 일단 삭제해. 내 말 다 끝나면 보내." 이런 식이다.


  나 살면서 이렇게 하대하는 사람 처음 만나. 예전 회사 사장님도 지랄 맞은 팀장님도 이런 이 없었는데, 심지어 미국에 있을 때 동양인을 무시하던 흑인들조차도 이 정도로 한 놈들이 없었단 말이다 -_-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어찌 반응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혀서 바보멍청이처럼 어버버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행을 했더랬다.


  그래 내가 빙신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두 번째, 세 번째 공연이 거듭될수록 나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잠도 오지 않고, 내가 지금 뭐 때문에 이러고 있나... 지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 몸을 불태워가며 이러고 있는 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우 젠장할. 지금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나는구나 ㅠㅠ


  세 번째 공연을 끝내고, 선생님께서 대회에 나가자고 하신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들께 단체 톡으로 이야기하고서 얼마 후, 그녀가  생채기에 마지막 휘날레를 장식한다.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것이다.


  "너 이렇게 대회에 나가려고 서두르는 이유가 니 아들들 때문이지? 니네 내년에 한국에 없으니까 너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올해꼭 대회에 나가려고 서두르거잖아."


  헐.. 그때 나의 답변은 이러했다.


  "단 한 번도 내 아들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으로 이 일을 진행한 적이 없습니다."

 



  그녀와 저런 말을 나눈 후 '과연 대회를 나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이야기하기 위해 모든 어머님들과의 미팅을 주선했다. 사실 다른 엄마들과는 이미 나가기로 이야기를 거의 마쳤기에 미팅이 그다지 의미가 없었지만, 분란의 그녀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에 만난 것이다. 다행히 그녀를 제외한 모든 엄마들은 대회에 긍정적이었다.


  "당연히 대회에 나가야죠. 이왕 나간 김에 장관상 받읍시다!" / "아이들이 이왕이면 상을 받아서 대학 갈 때 원서에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백만 원이 들어도 나가야죠!!" / "오우  덕분에 우리 애들이 호강하네요" 등등 말이다



.....



  미팅에 참석하자 분란의 그녀가 초반의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대회를 위해서 이 모임을 만든 게 아닙니다. 경험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대회에 몰입되어 여러 악기를 접하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공연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자꾸 대회를 나간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우리에겐 내년이란 시간도 있어요. 솔직히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을 시키는 거 아닌가요?"



  자 이제 다른 어머님들이 이야기할 차례이다. 그런데 희한하네. 그녀가 초반에 이리 강하게 말하니, 나한테 나가자고 했던 엄마들 중 한 명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진짜 내가 나가자고 해서 나가는 것처럼... 다들 꿀 먹은 벙어리로 앉아있는 것이었다.. 엉엉.



  끝이구나. 결국 그녀의 오해로 끝나겠구나 는 생각과 함께 대회는 포기해야지 싶을 때였다. 내 옆에 앉아있던 나랑 친한 분이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내년이라고 이 기회가 오는 건 아니니까요."


  다행히 이 분을 필두로 다들 말하기 시작.


  "안 그래도 여기 오기 전에 딸한테 물어봤는데, 대회에 꼭 나가고 싶대요. 아이들이 원하니까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 "대회에 나갈 수 있으면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등등.


  대회에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수록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우리의 미팅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 인간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일단 엄마들이 발언을 해서 다행이지만, 아니 조금 더 강하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았을 것을... 나한테 흥분하면서 이야기했던 것 반만큼이라도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솔직히 이때 은근히 상처를 받았다... 나 혼자 총대를 메고 있구나. 아무도 총대를 메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라 것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의를 한 바로 다음 주 수업이었다. 선생님께서 다가와 조용히 물으셨다.

  "혹시 XX 어머니랑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저한테 전화를 하셔서 제가 정말 대회에 나가자고 한 건지, 아니면 둥이맘이 진행하자고 강요 아닌지 계속 물으셔서요.. 분위기가 좀 묘했어요.."


  그녀가 선생님께 무슨 말을 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때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선생님, 지난 9월부터 저를 매주 보셨잖아요. 제가 이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고 계시죠? 제 아들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아시죠? 선생님만 알면 됩니다. 그럼 저는 괜찮아요."



 다행히  미팅 이후로 그녀의 공격은 사라졌다. 또한 내 마음에서 그녀를 끊어냈기에 더 이상은 괴롭지도 않고 말이다. 그럼과 동시에,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에 나가서 공연을 하고 싶었던 마음 또한 사라졌다. 이제 대회랑 가을에 있을 지역 축제 공연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



  이번 일을 통해 많은 일을 겪었고 또 배웠다. 먼저 세상은 내 마음처럼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고맙다고 칭찬에 칭찬을 하는 사람들도 공공연한 장소에서는 절대 총대를 메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이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 최악의 날. 너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은 후의 수업에서, 아이들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모~ 우리 사물놀이 언제까지 할 거예요?"

  "언제까지 하고 싶은데?"

  "저희 스무 살 될 때까지요!!"




  ㅎㅎㅎ 그래 이거면 충분하다




  일단 올 가을에 대회에 나갈 예정인데, 여기에 나가기 위해서는 예선에 뽑혀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예선전이다. 예선에서 뽑히면 그때 다시 한번 사물놀이의 여정에 대한 글을 쓰겠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안검하수 이야기는 쓰지도 못했네... 솔직히 이런 지옥 같은 상황에서 안검하수 현상이 안 오는 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한 눈만 감긴 게 다행일 정도다. 아휴.. 내 인생에 또 이런 고난이 있을 줄이야 ㅠㅠ 흙흙

  


  아무튼 이 고난을 잘 이겨내고, 안검하수도 잘 이겨내고 이제 독일에 간다... 푹 쉬고 와야지. 안검하수 이야기는 다음 글에 쓰겠다.






  I w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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