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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Feb 16. 2023

한국에서 애 낳으면 바보라고?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뼈 때리는 발언 

임산부는 애국자가 아니다. 애국이라는 대의를 위해 임신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 달의 길고 위험한 레이스 끝에 엄마가 된다. 임산부의 남편 역시 애국심이 대단히 높아 가족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 아니다. 10개월간 탕수육이 먹고 싶다, 딸기가 먹고 싶다, 허리가 아프다, 우울하다 등 와이프의 수발을 들며 고생하고 아기가 태어난 후 한 시간마다 깨어 밥달라고 우는 아기를 케어하느라 회사에서도 꾸벅 졸기 일쑤다.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 모두 애국을 위해 이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아이를 갖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본능이다. 아기를 갖고 가족을 이루고 사랑을 주고 받고 나누는 것은 인류 역사상 계속 이어져왔던 일이고 그 DNA는 우리 몸속 깊히 박혀있다. 그런데 왜 애를 낳지 않냐고? 지금의 저출생 현상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돌리지 않기 바란다. 그냥 애키우기가 너무 힘들다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오늘 중앙일보 오원석 기자가 쓴 기사에 단단히 빡이 쳤다. "최재천 "韓서 애 낳으면 바보…IQ 두자리 안되니 낳는 거겠죠?"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는데, 최재천 교수를 예전부터 좋아했던 터라 기자가 또 어그로 끌려고 자극적으로 타이틀을 뽑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원본을 보지 않고 부글부글하고 싶진 않아서 유튜브를 찾아봤다. 


유튜브 보고 기사 써놓고 과거 인터뷰 사진을 첨부했다. 인터뷰 기산줄.

이럴수가. 최재천 교수는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애를 낳으면 바보입니다. 머리가 얼마나 나쁘면, IQ가 두 자리가 안 되니깐 애를 낳는 거겠죠." 와우... 


하지만, 그 뒤로 하는 이야기들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눈물이 나왔다.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새가 알을 적게 낳는 것은 자원이 풍족하지 못해서 라는 개체의 판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애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개인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지금 아이를 낳기로 한 사람들은 계산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고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와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다 맞는 말인데,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려고 그랬는지 다소 센 표현은 가슴에 콕콕 박혀 나의 선택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데 꽂혔고 괴로운 마음까지 들었다. 아이들을 풍족한 자원으로 키울 수 없는 환경인데 이 상황에서 아이를 둘이나 키운다는 게 과연 현명했는가. 


하지만, 그랬든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우리 행복이와 사랑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책임이 있다. 그리고 나도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남편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남편은 정말 퇴근하면 집안일과 행복이 케어를 끝내주게 한다. 그럼에도 임신 중이다보니 하루하루 육아에 지쳐 있었다. 남편과 앞으로 육아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국에서 애 낳으면 바보고 IQ 두 자리고 어떤 말을 해도 나는 나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다. 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행복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 온 감각을 열어둘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뼈아픈 조언은 나 같은 임산부나 엄마들이 아니라 정부에서 새겨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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