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뼈 때리는 발언
임산부는 애국자가 아니다. 애국이라는 대의를 위해 임신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 달의 길고 위험한 레이스 끝에 엄마가 된다. 임산부의 남편 역시 애국심이 대단히 높아 가족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 아니다. 10개월간 탕수육이 먹고 싶다, 딸기가 먹고 싶다, 허리가 아프다, 우울하다 등 와이프의 수발을 들며 고생하고 아기가 태어난 후 한 시간마다 깨어 밥달라고 우는 아기를 케어하느라 회사에서도 꾸벅 졸기 일쑤다.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 모두 애국을 위해 이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아이를 갖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본능이다. 아기를 갖고 가족을 이루고 사랑을 주고 받고 나누는 것은 인류 역사상 계속 이어져왔던 일이고 그 DNA는 우리 몸속 깊히 박혀있다. 그런데 왜 애를 낳지 않냐고? 지금의 저출생 현상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돌리지 않기 바란다. 그냥 애키우기가 너무 힘들다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오늘 중앙일보 오원석 기자가 쓴 기사에 단단히 빡이 쳤다. "최재천 "韓서 애 낳으면 바보…IQ 두자리 안되니 낳는 거겠죠?"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는데, 최재천 교수를 예전부터 좋아했던 터라 기자가 또 어그로 끌려고 자극적으로 타이틀을 뽑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원본을 보지 않고 부글부글하고 싶진 않아서 유튜브를 찾아봤다.
이럴수가. 최재천 교수는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애를 낳으면 바보입니다. 머리가 얼마나 나쁘면, IQ가 두 자리가 안 되니깐 애를 낳는 거겠죠." 와우...
하지만, 그 뒤로 하는 이야기들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눈물이 나왔다.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새가 알을 적게 낳는 것은 자원이 풍족하지 못해서 라는 개체의 판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애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개인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지금 아이를 낳기로 한 사람들은 계산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고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와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다 맞는 말인데,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려고 그랬는지 다소 센 표현은 가슴에 콕콕 박혀 나의 선택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데 꽂혔고 괴로운 마음까지 들었다. 아이들을 풍족한 자원으로 키울 수 없는 환경인데 이 상황에서 아이를 둘이나 키운다는 게 과연 현명했는가.
하지만, 그랬든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우리 행복이와 사랑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책임이 있다. 그리고 나도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남편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남편은 정말 퇴근하면 집안일과 행복이 케어를 끝내주게 한다. 그럼에도 임신 중이다보니 하루하루 육아에 지쳐 있었다. 남편과 앞으로 육아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국에서 애 낳으면 바보고 IQ 두 자리고 어떤 말을 해도 나는 나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다. 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행복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 온 감각을 열어둘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뼈아픈 조언은 나 같은 임산부나 엄마들이 아니라 정부에서 새겨 들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