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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Jan 11. 2024

새해맞이 도전, 수영 기초반 등록하다

항상 배우고 싶은 게 많았다.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부모님 주머니 사정을 일찌감치 눈치챈 삼남매 둘째 딸은
학원에 보내달라는 말을 쉽게 내뱉지 못했다.

발레나 수영 같은 예체능뿐 아니라
국영수 보습 학원도 다녀본 적이 없었다.
딱 한 번,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서 태권도 도장에 등록한 적이 있는데,
그 마저도 1단을 따고 나서 스스로 그만 두었다.
집안 사정도 그렇지만, 뭔가를 지속적으로 해낼 열정도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성인이 되어 내 수중에 작고 소중한 돈이 생기자,
조금씩 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직장과 야근, 종교활동 등으로 원활하지 못했고
늘 그만두기 일쑤였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제대로 된 취미 하나 없이 30대 중반이 되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시간은 더욱 부족했다.
회사의 부도로 직장을 그만 둔 후,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 됐다.
그리고 찾아온 통증. 목부터 등까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큰 통증이 나를 덮쳤다.

아,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
건강한 엄마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안심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리고 월, 수, 금 오전 10시 수영 기초반을 등록했다.

등록이 시작되는 날 오전 6시, 혹시나 놓칠세라 알람까지 맞춰 놓고 대기했다.
대학교 수강신청 때만큼이나 진지했다.
결제까지 1분 컷. 새해라 그런지, 원래 치열한 것인지 1분 후 접수는 모두 마감됐다.

이번에는 정말 성실하게 끝까지 도전해야지.
어떤 핑계도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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