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인생은 나보다 쉬웠으면 좋겠다
내 나이 올해 마흔둘, 스물넷부터 사회생활이란 걸 시작했다.
처음에는 참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려웠다.
직장상사,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부터 조직생활에 적응하는 것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내가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의 인생은 좀 더 쉬웠으면 한다.
그리 길진 않지만, 나름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아이들에게 내가 깨달은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중에서 오늘은 학창시절 아쉬웠던 점 2가지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상하게도 노력한 시간에 비해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이 있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냥 머리가 좋은가보다 했다. 하지만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이었다. 교과서는 수많은 책을 요약해 놓은 책이다. 그러니 책을 많이 읽어, 배경지식이 충분히 쌓여있던 친구들에게 교과공부가 쉬운 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 이걸 학교졸업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또 영어를 잘하는 친구를 보면 괜스레 기가 죽었다. 그냥 문법을 잘해서 영어 시험성적이 좋은 친구보다, 유창하게 영어문장을 말하는 친구를 보면 '외국에서 살다왔나', '부모님이 많이 배우셨나', '집이 잘사나' 등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무엇보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자그마치 10년을 영어라는 과목으로 고생을 했으니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운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 아이들은 빠르면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시작하니 고생문이 더 길겠지.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아이들은 아직 어렸다.
그래서 난 아이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쌍둥이 생후 6개월쯤, 우연히 아는 분의 자녀들이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궁금했다. 나는 책이라고는 교과서 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그 세상이 궁금했다. 체면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아이들이 책을 잘 읽을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엄마, 아빠가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읽어줬어요"
자녀 셋을 모두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운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조금씩 읽어주었다. 그 분처럼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읽어주진 않았다. 그냥 집에 책을 사놓고 보니 하루에 한권이라도 읽어주게 되었다. 그저 조금씩 꾸준히 읽어주었다. 아이의 삶에 책이 스며들 수 있도록.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어릴수록 수월했다. 아직 책이 무엇인지 모를 때, 그래서 이것이 책인지 장난감인지 인지하지 못할 때 슬그머니 책을 아이의 장난감으로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핵심이었다.
한글책 읽어줄 때, 영어책도 읽어주었다. 추가로, 아이들에게 TV를 영어로 보여주었다. 평생 TV에 시간을 빼앗겼다는 후회 속에서 나온 나름에 아이디어(?!)였다. 3살부터 영어와 한글 TV를 함께 보여주었고, 6살부터는 영어로만 TV를 보여주었다. '우리 집 TV는 영어만 나온다' 라고 인지시켜 두었고, 10살이 된 쌍둥이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가끔 할머니 댁이나 다른 집에 가면 한글 TV를 본다. 하지만 집에 오면 영어TV를 본다. 아이들은 영어TV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취향에 맞추어 영어DVD를 선별해서 공략한 덕이다.
맞춤형 교육, 이것이 바로 엄마표가 효과 좋은 이유이자 최고의 장점이다.
어려서부터 한글책과 영어책을 조금씩 꾸준히 읽어주고, 어차피 보는 TV는 영어로 보여주면 된다. 한살이라도 어릴 적에 시작하면 거부감 없이 책 좋아하는 아이,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를 만날 수 있다. 혹여 아이가 거부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적극 공략하는 것이다. TV의 경우 한글과 영어를 번갈아 보여주다가 이제 내용을 다 알때쯤이 되면 영어로만 보여주면 된다. 아이를 잘 관찰해서 아이의 기분이 좋을 때 슬며시~ 좋아하는 간식과 함께 보게 하는 방법도 있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똑 같은 방법으로 모든 아이를 가르치는 학원이나 학교가 엄마표를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정해진 영어책을 읽고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다. 엄마표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로봇이면 로봇으로~ 공주면 공주로~ 영어책과 TV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라는 언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10살 쌍둥이 아꼬몽에게는 영어도 책도 모두 놀이가 되어버렸다. 아이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겠다던 초보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