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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몽실 Nov 15. 2020

아이의 인생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엄마는 무엇을 하면 될까




어떤 일을 하고 살까 고민하고 방황했던 나의 20대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은 후에 평범하게 일단락이 되었다.


나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책임감 강한 성격으로,

새로운 부서에 발령이 날 때면 늘 윗사람이 데려가는 직원이었다.

결혼도 하고 두 아이의 엄마도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고민이 찾아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온 것이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을 해내며, 

문뜩문뜩 찾아오는 물음표로 고민하다가,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읽게 되었다.


남의 인생을 살며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세상의 시각에 갇히지 마십시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연인을 찾듯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세요.

사랑하는 일을 찾으면 마음으로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계속 찾으십시오.

안주하지 마십시오.



그렇구나. 내가 지금 힘든 것은 남의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구나.






그 이후로 나는 연인을 찾듯이 내가 사랑하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수학,

고등학교 때도 이과를 갔고 대학도 당연히 공대를 갔다.

그런 내가 육아 덕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에 빠져버렸다.


사랑하는 아꼬파와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세상을 여행하고,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마흔이 다된 늦은 나이었지만,

드디어 사랑하는 일을 찾은 것이다.












내 아이가 남의 인생을 살며 시간을 허비하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빌려 이야기해보면 아이를 키울 때 세상의 시각에 갇히면 안 된다.

세상의 시각에 갇히는 순간,

아이가 사랑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기다려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글을 빨리 떼고,

영어도 잘하고,

무엇보다 학교에 진학하면 성적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로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을 쫓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나처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다가 물음표를 만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시기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대학을 한 창 다니는 중에 찾아올 수도 있고,

어른이 되어 직업을 갖고 있는 순간에 찾아 올 수도 있다.

어쩌면 나이 마흔이 넘어,

어쩌면 나이 오십이 넘어 찾아 올 수도 있다.






나는 내 아이의 인생이 허비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넉넉한 시간과 넓은 품을 내어준다.





엄마 박스 없어요? 하고 물으면, 그 날은 만들기  삼매경에 빠지는 날^^

아이들은 모르지만,                  

아이들은 지금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찾아가는 중이다.

언젠가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찾으면 마음으로 알게 되겠지.

그리고 엄마인 나에게 말하겠지.


"엄마, 내 꿈은 패션 디자이너야!"

"엄마, 내 꿈은 피아니스트야!"








아이들의 취향저격을 위해 찾고 또 찾는 영어책



아이의 인생이 허비되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아직 어려서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를 위해,

아이가 사랑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낼 때까지,

무언가에 몰입하면 그저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위험한 행동은 제재한다)

때론 아이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살짝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재미난 영어책과 DVD를 찾는 일)



그리고 아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나도 나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한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신나게 즐기다가 다시 만난다.


웃으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서로의 세상을 이야기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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