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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Mar 02. 2022

최초의 어린이재활병원, 이 사람의 결단으로 시작됐다

고 NXC 김정주 회장의 기부가 가지는 의미


내 딸 지민이가 처음 재활병원 입원했을  병원엔 ‘재활난민들이 있었다. 1년씩 입원하는 경우도 흔한 재활치료에서 병상도 없고 건강보험에서도 장기 입원을 허락하지 않아 두달에 한번씩 병원을 옮기는 환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소아재활은 더더욱 없다. 한국에 소아재활치료하는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이 드물다. 재활은  근처로 다녀야 하는데 병원 자체가 거의 없다보니 아이들은 ‘결정적 재활 시기 놓치곤 했다.


#넥슨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은 병원 입장에서 ‘돈 안되는’ 소아재활의 불모지 한국에 처음으로 탄생한 소아재활 전문병원이다. 이 병원의 탄생 비화를 모금 팀장님에게 직접 듣고 그 자리에서 정기후원신청을 한 적 있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이 푸르메재단 블로그에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아내가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계기로 장애인 복지와 재활을 하는 푸르메재단을 설립한 백경학 상임이사는 종로에 작은 어린이 재활의원을 세우는 데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런데 하반신마비 친구가 여기 설립기금에 기부했다는 말을 들은 넥슨 김정주 회장이 직접 푸르메를 찾았다. 한국에 어린이 재활병원이 없다는 말을 듣고 놀란 김회장 부부는 10억을 기부하고 백 상임이사를 제주도 집으로 초대했다. 그런데 백 상임이사는 여기서 더 큰 제안을 한다. 어린이전문병원을 지으려 하니 더 큰 금액을 기부해 달라고 한 것이다. 백 이사의 말에 따르면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 격"이었다. 


그리고 김 회장은 넥슨재단을 통해 무려 200억을 기부했다.


푸르메가 나머지 230억을 시민들, 기업, 독지가 등에게서 모금하고 지자체의 부지 기부를 이끌어내면서 지금 한국 최초의 아동재활전문병원이 탄생했다.



오로지 그 병원 때문에 상암동으로 이사가야겠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지만 그 병원에선 초등학교 때까지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포기했었다. (병원은 지민이 3학년 때 오픈했다)


지민이 재활치료 받을 곳들이 다 2-3년씩 대기가 걸려 있을 때, 이런 병원이 도시마다, 작은 의원이 구마다 있다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나마 우리는 서울에 살지만 부모 중 하나가 직장을 그만두고 장애 아이를 데리고 서울을 오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나. 그래도 저런 병원이 정말 지어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한편 기업이 마음을 내는 게 저런 변화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나도 개인 후원 외에도 뭔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옥션 장애용품코너 케어플러스를 열었을 때 푸르메재단을 통해 장애아동들에게 전동휠체어키트 토도드라이브를 기증하고, 넥슨푸르메어린이병원 다니는 아이 가족들에게 제주도 무장애 여행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렇게 넥슨푸르메병원은 나에게는 기업 기부가 가져오는 임팩트를 깨닫고 행동하게 만든 계기였고, 장애아를  가족에게는 희망의 싹과 같은 존재였다.

 

김정주 회장을 둘러싸고 그동안 경영이나 소유 측면으로 여러 논란이 있던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분은 한국에 최초의 어린이재활병원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만으로도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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